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7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무기 개발과 관계가 없는 민수용임을 강조하고 서방국들이 제재에 나설 경우 자국의 석유자원을 무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유엔 정상 회의 참석 차 미국을 방문중인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날 유엔 총회 연설에 앞서 CNN방송과 가진 회견에서 "핵 에너지 프로그램을 단호하게 추구해 나갈 것"이라며 핵무기 확산 통제를 위한 특별 유엔위원회 소집을 촉구했다. 그는 또 핵 강국들이 핵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를 상대로 강제하려는 이른바 `핵 권리 차별 정책(Nuclear apartheid)'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일부 국가들이 핵 연료 공급권을 독점한 채 사라고 강요하는 체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란이 핵 연료 주기를 완성하게 되면 기존 공급국들이 제시하는 가격보다 30% 싸게 핵연료를 팔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국들은 `핵 권리 차별 정책'에 힘입어 핵 연료를 실제 가치의 10배에 해당하는 값으로 다른 나라에 팔아넘겨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미국 등의 제재 움직임에 따른 대응조치로 유가 인상을 촉발시킬 가능성에 대한 물음에 "지력있고 건전하고 똑똑한 인간이라면 자신의 자유와 독립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특히 이란은 주권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한 수단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은 이란에 대해 "나쁜 의도"를 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문제삼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제재를 가하려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압박공세에 대응해 필요할 경우 유가인상을 촉발할 석유자원의 무기화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미국 언론과 단독회견한 것은 지난 6월 당선 이후 CNN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이란 핵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다. 그는 유엔 연설에서 이란의 핵 주권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뉴욕에 도착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15일 핵 협상 파트너였던 영국, 프랑스, 독일 등 EU 3개국 외무장관들을 만나 자국 핵 프로그램의 평화적 목적을 강조하고 이해를 당부했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