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국내기업들보다 기부에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종교사회윤리연구소가 자산규모 4천100억원 이상 상장사 및 외감법인 784개사의 2003년 감사보고서를 근거로 기부금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외국기업은 당기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0.77%에 불과했다. 조사대상 외국기업 409개사는 2003년 총 3조3천74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으나 기부금 총액은 259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국내기업 375개사는 같은해 27조4천6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으며 이중 1조416억원(3.8%)을 기부금으로 사용했다. 매출액 기준으로도 국내기업은 매출액의 0.15%를 기부금으로 사용한 데 비해 외국기업은 0.03%에 그쳤다. 기업별로는 488억원의 순이익을 낸 한국코카콜라와 258억원의 이익을 거둔 인텔코리아, 630억원의 이익을 올린 SK엔론 등은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20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BMW코리아는 기부금 액수가 945만원(0.3%)이었다. 유통업계에서는 10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월마트의 기부금은 4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까르푸의 3분의 1 수준에 그쳐 기부에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기업은 삼성전자 1천45억원(순이익 대비 1.8%), 현대자동차 170억원( 0.9%), 삼성생명 241억원(2.5%), 보령제약 20억원(36.6%), 한독약품 27억원(13.4%) 등으로 외국기업보다 기부금 비율이 높았다. 한국종교사회윤리연구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국내기업보다는 다국적기업이 기부문화를 적극 실천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외국기업들이 본국에서는 적극 실천하고 있는 기부문화를 한국에서는 그다지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지 않은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코카콜라 관계자는 "한국코카콜라의 경우 회계체계상 기부금 항목이 별도로 없고 필요한 기부는 홍보부 예산으로 하고 있다"면서 "회사마다 회계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