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장들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은 거품이 꺼지기 직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은행장들의 이런 진단은 상반기 중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약 10조원 늘린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향후 주택담보대출 경쟁이 수그러들지 주목된다. 8일 박승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한은에서 열린 월례 금융협의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일부 특정지역 아파트값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폭등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은행장들이 꼽은 아파트값 폭등 지역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와 경기도 분당 용인 등 5개 지역이다. 은행장들은 이 지역 아파트 신규 구입자의 60% 정도가 3주택 이상 보유자이고,올 들어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43%가 이들 지역에 집중된 점에서 실수요보다 투기적 수요에 의해 아파트값이 폭등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은행장들은 과거 국내외 사례와 정부의 대응의지 등을 감안할 때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 폭등세는 조만간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또 1990년대 일본처럼 은행 대출 부실화를 초래할 만한 부동산 가격 폭락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은행장들은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는 대폭 강화하되 거래세(취득·등록세)는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콜금리 인상은 일시적인 투기 진정 효과는 기대할 수 있어도 서민가계에 부담을 줄 우려도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이 같은 일부지역 '거품 붕괴' 우려에 대해 "은행장들의 지적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경쟁이 아파트값 상승에 일조한 데 대한 반성이 없는 점이 아쉽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은행장들은 최근의 주가 상승세와 관련,과거 여러 차례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를 지키지 못하고 다시 하락했지만 이번에는 상승 추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이유로 적립식펀드 등 장기투자수요가 늘고 있는데다 기업들의 경쟁력이 개선되고,전례 없는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날 금융협의회에는 강권석 기업은행장,강정원 국민은행장,김종열 하나은행장,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필 메리디스 제일은행장,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장병구 수협 신용대표이사,정용근 농협 신용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