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4일(현지시간) "우리는 6자회담 자체를 무려화시키는 수준의 양자접촉은 원치 않지만, 솔직히 말해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면 (북ㆍ미) 양자접촉을 더 많이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는 미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6자회담 절차는 그 위에 어떤 구조물도 지을 수 있을 만큼 넓은 기반이므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어떠한 형태의 어떠한 접촉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복귀할 경우)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성공을 목표로 협상할 것이며, 합의를 이루면 그것을 우리 정부(미국)에 제출하고 그 합의에 관해 나를 밀어줄지 알아볼 것"이라고 미국측 협상대표로서 재량권 행사 의지와 자신감을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또 6자회담 재개 전망에 대한 질문에 "어려운 문제"이나 "올바른 궤도에 오른 상태라고 자신하며 결국은 거기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김일성(金日成) 시절부터 수십년간 추진해온 핵프로그램의 포기 여부에 대해 고심하면서 최종 결정을 아직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말하고 "북ㆍ미 뉴욕 접촉이나 다른 나라와 협력을 통해 (북한을 제외한) 5자가 통일돼 있음을 보여주는 등 결단을 재촉하는 압박을 가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핵 해결이 교착 상태를 면치 못하는 것에 대해 힐 차관보는 "시간은 미국편도 아니지만 북한 편도 아니며, 현 상태는 승ㆍ패도, 윈ㆍ윈도 아닌 모두가 패하는(lose-lose) 상황"이라고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는 동시에 '결과 지향적인 협상' 지론을 재확인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다고 더 안전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며 "솔직히 북한이 자신들의 생존을 걱정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코스를 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핵문제 해결의 "3개 기본 원칙"으로 "모든 핵프로그램의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해체, 다자외교를 통한 북핵 위협 해결, 과거 의무를 뒤늦게 이행하는 것에 대한 보상 불가"를 제시함으로써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전제조건으로 공식, 비공식으로 요구해온 조건들을 일축했다. 6자회담의 시한과 북한 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여부 등 후속조치에 대한 질의에 힐 차관보는 "내심 우려하는 시한은 있으나 인위적인 시한 설정은 피하고 싶다"며 "안보리 회부는 우리가 보유한 권리이지만 현 시점에선 회부할 계획이 없고 준비가 안 돼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보리에 갈 경우는 중국의 거부권 행사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이나 지금은 6자회담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6자회담이 안될 경우 후속조치에 대한 공공연한 추측은 6자회담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잘못 전달해 회담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보리에 갈 경우 "정치적 압박 가중 결의나 경제 압박 결의 등 다양한 방안이 있을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그게 필요할 때, 그리고 채택 성공이 확실할 때"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6자회담이 최선의 방법이나 유일한 길은 아니며, 따라서 다른 모든 옵션을 알아볼 필요가 있고, 실제로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남아 있다"고 북한을 압박하고 "그러나 아직은 6자회담이 최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 뉴욕접촉 유지 배경에 대해 "모든 것을 제3자인 중국을 통해 북한에 말할 수는 없으며, 북한에 직접 전달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 여부와 관련, 그는 "식량원조를 6자회담에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한에서 활동하는 세계식량계획(WFP)과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의 활동이 지난해 가을 제약받았으나 올해는 다소 개선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남북대화에 대해 힐 차관보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남북대화 옹호론이고,우리도 그렇다"며 "우리가 한국에 기대하는 것은 서로 조율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이번 한ㆍ미정상회담은 남북대화 상황을 논의하고 6자회담 접근법을 조율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힐 차관보는 '중국이 참여하지 않아도 대북 제재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경제제재가 큰 효과를 가지려면 중국이 참여해야 하고 러시아의 참여도 필요하겠지만, 물샐틈 없는 제재가 아니라고 해서 제재를 해선 안된다는 뜻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