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은 넣었지만 이기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경기 전부터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고 팀에 보탬이 되는 플레이를 하기 위해 열심해 했습니다." '천재 스트라이커'의 국가대표 데뷔무대로 이보다 더 극적인 드라마가 나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박주영(20.서울)은 자신의 첫 A매치 경기였던 3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에서 0-1로 뒤져 패색이 짙던 후반 45분 극적인 동점골을 뿜어 침몰 직전의 본프레레호를 기사회생시켰다. 김두현(수원)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가려는 것을 정경호(광주)가 문전으로 도로 연결해주자 정확한 오른발 킥으로 골네트를 뒤흔든 것. 만약 박주영의 득점포가 터지지 않고 경기가 끝났다면 한국은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위로 내려앉는 동시에 독일행 티켓 예약이 불투명해질 뻔한 상황이었다. 올들어 청소년 무대와 프로축구 K리그에서 잇따라 돌풍을 일으키며 최고의 인기스타로 떠오른 박주영이지만 지금까지 3차례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고도 정작 실전에서 뛸 기회를 얻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본프레레 감독도 작년 7월 아시안컵에 앞서 잠깐 그를 테스트했으나 최종 엔트리에는 포함시키지 않았고 올해 초까지만 해도 '좋은 테크닉을 지녔지만 후~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선수'라고 과소평가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지난 3월 프로축구 FC 서울에 입단한 박주영은 프로축구 무대에서 컵 대회 6골로 득점 2위, 정규리그 들어서도 광주 상무전에서 해트트릭을 뿜어내는 등 폭발적인 득점 감각을 과시했고 3전4기로 이번 우즈베키스탄전 선발 출장기회를 얻는데 성공했다. 결과는 대만족. 왼쪽 윙포워드로 나선 박주영은 전반까지만 해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선배들과도 호흡이 썩 잘 맞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후반 들어 날카로운 측면돌파와 공격 가담을 선보이며 상대 수비를 위협했다. 후반 10분 차두리(프랑크푸르트)와 2대2 패스를 주고받으며 문전으로 돌파해 오른발슛으로 골문을 열어젖혔으나 오프사이드로 선언된 것이 가장 안타까웠던 장면. 박주영 본인도 "오프사이드 판정은 애매했다고 본다"고 할 정도. 종료 직전 기어이 골을 뽑아낸 박주영은 "정경호가 볼을 내줄 때 노마크 찬스여서 골을 넣을 수 있었다"면서 "한번의 실수 때문에 어렵게 갔는데 그전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은 경기였다고 본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주영은 또 오는 9일 쿠웨이트전에 대해 "쿠웨이트전은 반드시 이겨야하기 때문에 골로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타슈켄트=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