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2월부터 도입되는 기업연금(퇴직연금)을 은행의 경우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특정금전신탁에서만 수탁케 한 데 대해 은행들이 보험사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 입법 예고한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서 은행들이 기업연금을 유치할 때 특정금전신탁에 한정하도록 명시했다. 특정금전신탁은 자금을 위탁한 사람이 구체적인 운용 방법과 대상을 지시하는 상품으로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실적배당 상품이다. 따라서 퇴직연금을 특정금전신탁으로 운용하면 최악의 경우 원금을 손해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들은 "특정금전신탁의 이런 특징을 감안하면 기업연금을 특정금전신탁에 맡기려 할 기업이나 노조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원금이 보장되는 불특정금전신탁에서도 퇴직연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보험사가 취급할 기업연금보험(퇴직연금보험)의 경우 원금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일정한 수준의 확정 금리가 주어지므로 보험사와 공정 경쟁할 수 없게 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현재 은행과 보험사들은 연금신탁(보험) 퇴직신탁(보험) 개인연금신탁(보험) 등을 팔고 있다. 은행들이 팔고 있는 연금형 신탁상품은 모두 불특정금전신탁으로 보험사 연금보험과 마찬가지로 원금이 보장된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는 12월부터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특정금전신탁에 한정해 기업연금신탁(퇴직연금신탁)을 유치할 경우 보험사와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것은 불문가지라는 것이 은행들의 주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재 잔액이 20조원인 퇴직신탁(보험)의 경우 보험사가 전체의 85%를 점하고 있다"며 "기업연금을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특정금전신탁에 한정해 유치할 경우 점유율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