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만 사무총장의 비리로 촉발된 검찰의 수사가 한국노총으로 확대되면서 국민적 비난여론이 고조되자 한국노총이 긴급 연석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응책 마련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16일로 예정된 연석회의를 통해 권 사무총장에 대한 `처리'와 조직 회계에 대한 외부감사, 간부들의 재산 공개 등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것으로 보여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노총이 이처럼 환골탈태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은 비리연루 인사들에 대한 과감한 정리와 가시적인 조직혁신으로 조합원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환골탈태 여론 고조= 검찰의 수사가 개인 비리에서 노총으로 확대되자 조직 안팎에서 우려와 혁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달 8일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 자진 출두 의사를 밝혔던 권오만 사무총장이 일주일째 도피중인 상황에서 수사망이 노총을 직접 겨냥해 조여오자 권 총장에 대한 독자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노총이 이달 10일 긴급 산별대표자회의를 열었을 때와 전혀 다른 분위기가 불과 며칠 사이에 급격히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산별대표자회의에서는 권 사무총장의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고 기소되지도 않은 만큼 일단 직위를 유지토록 했으나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릴 수만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는 게 노총 관계자의 전언이다. 노총의 쇄신 주문이 쏟아진 데는 권 사무총장 개인비리에 이어 서울 여의도 근로자복지센터 신축 관련 발전기금 수수와 녹색사민당 지원 문제 등이 꼬리를 물고 불거졌기 때문이다. 노조의 비리 관행에 온정적인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론도 힘을 얻고 있다. 노동조합개혁과 민주주의추진운동본부(노개민추)는 "노조간부비리와 노조의 부패사건은 정부나 언론이 방치한 결과다. 최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부패노조와 비리노조 간부를 묵인한 점도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노개민추는 또 "`제사'보다는 `젯밥'에 눈이 어두운 노조간부들이 땀과 피를 요구하는 노동운동보다 노조를 권력과 이권을 챙기는 수단으로 악용해왔다. 부패노조와 비리 간부를 청산하는 것이 노동자와 한국사회를 위한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의 박인상 국제노동재단 이사장도 "노동운동은 도덕성이 생명인데 이번 사태로 크게 훼손됐다. 개인 비리 등은 자체적으로 철저히 정리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박 이사장은 "간부 중심 활동에서 비롯된 탁상 정책은 조직 내부에 깊숙이 먹힐 수 없다. 이번 기회에 현장 중심 조직으로 거듭나고 철저한 개혁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노총 긴급 연석회의 소집= 노총은 안팎에서 `조직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더 머뭇거리다가는 비리에 연루된 개인 뿐만 아니라 노총 조직 전반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노총은 16일 오전 10시 산별대표자 25명, 시ㆍ도지역본부장 16명 등이 참석하는 긴급 연석회의를 열고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다. 노총은 이번 회의에서 미리 내린 결론을 확인하는 형식적인 행사에 그치지 않고 당면한 위기 타개를 위한 난상토론을 거쳐 혁신방안을 도출해 공식 발표할 계획이어서 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노총은 도피 중인 권 사무총장의 직위 유지 여부와 노총 재무의 외부 감사, 임원 재산 공개 등을 혁신방안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비정규직법안이나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로드맵) 등 현안들을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한 조직 살리기에 나서되 개인 비리나 부조리에 대해서는 철저히 선을 긋는 작업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총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긴급 연석회의에서는 권 사무총장 문제에 대한 논의를 비롯한 특단의 방안을 고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