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후손들이 민사소송을 통해 국가 소유로 돼 있던 땅을 되찾아간 경우가 전체 소송의 절반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6명의 친일파 후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 확인이나 소유권 이전등기 등 민사소송을 낸 경우가 모두 23건으로 이중 16건이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았고 7건이 소송 계류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23건의 소송가액은 29억원 수준이지만 민사소송 규칙상 소송가액(소가)은 공시지가의 30%만 반영토록 돼 있어 공시지가 기준으로 보면 100억원에 가깝고 실제 시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적어도 수백억원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례로 작년 11월 일제시대 민적부를 위조한 뒤 소송을 통해 국유지 16만평을 가로챘다 검찰에 구속된 김모씨의 경우 소송 당시 소가는 56억원에 불과했지만 실제 시가로는 1천600억원대에 달할 만큼 소가와 시가간 차이가 크다는 점을 보여줬다. 국가 상대 소송에서 확정된 16건의 경우 유형별로 친일파 후손들에게 땅을 빼앗긴 국가 완전패소가 3건, 일부 땅만 돌려준 일부패소가 5건, 땅을 줄 필요가 없는 완전승소가 4건, 소취하가 4건을 각각 차지했다. 다시 말해 친일파 후손들이 일부라도 땅을 되찾아간 소송은 전체 16건 중 절반인 8건에 달하고 있으며 소가 기준으로 1억6천400여만원 수준이다. 친일파 후손들의 땅소송이 높은 승소율을 보인 것은 친일파에 대한 국민적 정서나 법감정과 달리 법원은 제출된 증거 등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만을 따져 심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국가 소유가 된 땅의 상당부분은 6ㆍ25전쟁 등을 통해 등기부가 소실된 이후 친일파 후손들이 소유권 등기를 하지 않아 국유지로 편입된 땅이어서 나중에 이들 후손이 관련증거를 바탕으로 소송을 낼 경우 국가가 패소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 친일파 중에서는 `을사오적' 이근택의 친형인 근호의 후손이 7건으로 가장 많은 소송을 냈지만 화성시 남양동과 충북 음성군 등 초지 707평에 대해 1심에서 승소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패소했거나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일진회 총재를 지냈고 을사늑약 체결을 적극 지원한 친일파 송병준의 후손이 낸 4건의 소송도 3건은 이날 패소판결이 확정된 경기 파주시 장단면 석곶리 일대 2필지 사건을 포함, 모두 패소했다. 그러나 송씨 후손 7명이 2002년 9월 인천 부평구 미군부대 `캠프마켓' 일대 2천956평에 대해 낸 소송에는 을사늑약에 비분강개해 자결한 민영환 선생의 유족들이 "송씨 가문이 빼앗아간 땅"이라며 소송에 가세해 애국지사와 친일파 간 공방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을사오적의 한명인 이완용 후손도 3건의 소송을 제기해 1건은 패소, 1건은 소취하로 끝났지만 마지막 1건을 일부 승소해 선대의 땅 회복에 성공했다. 또 일제시대 작위 수혜자인 민영휘 후손은 4건의 소송을 내 2건을 완전승소, 2건을 일부승소 판결을 받아 가장 높은 승소율을 보였으며 이재극 후손은 4건 중 2건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이 올 2월 밝힌 자료에 따르면 친일파 후손들이 진행중인 소송은 현재 재판에 계류중인 사건만 27건에 달해 친일파 후손들이 국가가 아니라 일반인들을 상대로도 상당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 의원은 당시 친일파 11명이 소유한 토지가 440만평에 이른다고 주장하며 친일행위를 대가로 얻은 재산을 국가가 환수토록 하는 내용의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 특별법'을 여야 의원 169명의 발의로 국회에 제출해 향후 논의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