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대변인이 최근 미국 등에서 거론되고 있는 북핵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와 대북제재론에 기존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대변인은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우리는 제재를 곧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며 "미국의 강경에는 끝까지 초강경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경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1차 핵위기인 1993년 5월에도 유엔 안보리 회부문제와 대북제재가 거론되는 데 대해 '유엔의 제재는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유엔에서의 대북제재 결의가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내 경제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고 중국이나 러시아 등 우방의 입장까지도 난처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강한 반발은 너무나 자연스런 반응으로 해석된다. 이번 외무성 대변인의 언급 중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미국에게 6자회담에 참가할 명분 제공을 요청한 대목이다. 대변인은 "우리가 천명한 바와 같이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우리의 일관한 최종목표이고 협상을 통해 그것을 실현하려는 원칙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6자회담 참가를 위한 조건과 명분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진실로 6자회담 재개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 우리로 하여금 6자회담탁(테이블)에 돌아갈 수 있는 조건과 명분을 마련해 주면 그만"이라며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의 취소를 요구했다. 특히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한ㆍ미ㆍ일 순방과정에 밝힌 '주권국가' 언급에 대해서도 "공중에 대고 주권국가라고 한마디 던진 것을 믿고 우리보고 일방적으로 회담에 나오라는 것은 강도적 요구"라고 일축했다. 북한은 최근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등 고위인사의 방중과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을 통해서도 이같은 메시지를 반복해 미국측에 전달하고 있다. 2.10성명을 통해 6자회담에 대한 무기불참을 선언해 놓은 상황에서 기본의 입장을 번복하고 회담에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부시 행정부가 뉴욕 채널 등을 통해 직접 해명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2002년 '악의 축' 발언에 대해서 뉴욕채널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설명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북한은 그 같은 설명을 다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요구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스스로를 옥죄기보다는 회담에 나와서 미국이 협상에 더 경직적이라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