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내수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해외 악재들이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중국이 머지않아 위안화를 절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으며 국제유가는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원.달러 환율은 25일 1천원선 아래로 주저앉았고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횡보했지만 상반기내에 다시 탄력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경제의 회복시기가 예상보다 더욱 늦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위안화 절상 가능성..환율 1천원선 붕괴 중국의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위안화 절상은 원화 가치의 동반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한국기업의 수출경쟁력에 타격을 준다. 위안화 절상은 이미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총재는 지난 23일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외부에서 압력이 더 거세지면 중국의 외환개혁조치가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웨이벤후아 국가외환관리국 부국장은 "단계적으로 외환개혁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내일 당장 위안이 10% 절상될 것으로 기대하면 오산이며 개선시기는 우리가 잘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당국이 위안화를 절상하되, 내부 경제사정을 감안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서방선진7개국(G7) 등의 압력에 굴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박정우 대신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내년 12월이후 금융시장을 포함한 서비스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는데다 해외 유동성 유입으로 부동산경기가 과열현상을 빚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 등을 감안하면 중국은 2.4분기에 3%정도의 위안화 절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효근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작년에는 5월 1∼8일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신규대출 억제를 포함한 긴축정책을 내놔 이른바 `차이냐 쇼크'가 시작됐다"면서 '그러나 위안화 절상은 올해 3.4분기에 5%안팎의 수준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북핵문제, 한국경제 위협요인으로 급부상 북한이 원자로 가동을 중단한데 이어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국내 경제주체들은 물론,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북한의 이런 시도를 단념시켜줄 것을 중국측에 요청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당일 뉴욕증시는 일제히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달 북한을 방문한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을 통해 2003년 2월 재가동한 원자로에서 핵연료봉을 인출하겠다는 입장을 전달, 재처리 의사를 밝혔으며 이어 실제로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주장대로 북한 핵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되거나 북한이 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을 선언할 경우 해외자본이 한국에서 빠져나가는 등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북핵문제가 당장은 외환시장이나 주식시장에 일시적인 영향을 주는데 머무르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증시가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등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철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만약 북한이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면 위기국면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럴 경우 해외자본이 한국을 떠나 환율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금리 인상도 한국경제에 부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연말까지 점진적이지만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연방금리와 한국 콜금리와의 격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되면 한국에서 자본 유출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는 작년 6월 이후 지난 3월까지 7차례에 걸쳐 인상돼 현재는 연 2.75%에 달한 상태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한국의 금리 격차가 불과 0.50% 포인트 차이로 좁혀진 상태여서 미국이 금리를 계속 인상하면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원은 "물가와 경기회복세 등 복잡한 변수가 많아 미국이 어느 정도까지 금리를 인상할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대체로 올 연말에는 3% 후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밝혔다. 신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올해 하반기에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된다면 콜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화될 것"이라며 "하지만 경기상승세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콜금리 인상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금리 역전 현상이 빚어진다면 해외로 자금이 빠져나갈 수도 있지만 금리차에 따른 자본 이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인 만큼 자금 이탈이 급격하게만 이뤄지지 않는다면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 환율 떨어지고 주가는 지지부진 이런 국제적 변수가 국내 금융시장에도 적지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대비 5.10원 급락한 달러당 998.90원에 마감됐다. 환율이 9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97년 11월 14일 986.3원 이후 7년5개월여만에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달러당 1천22.5원에 이르렀으나 18일 1천19.7원, 19일 1천13.9원, 20일 1천8.9원, 21일 1천6.2원, 22일 1천4.0원 등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구길모 외환은행 과장은 "외환시장이 만성적인 공급우위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고 있다"면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95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증시의 종합주가지수도 지난달 11일 1022.79로 고점을 찍고 지난달말 965.68로 추락했으나 재상승 기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영익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수익이 예상보다 악화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수와 미국 소비지표도 당초 전망보다 나쁘게 나왔다"면서 " 한국증시는 오는 6월까지의 조정을 거친 뒤에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