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 양국의 대응이 점차 강성 기조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5일 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의 면담에서 현 북핵상황을 평가하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중국을 통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종전과는 달리,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방안을 집중 협의하면서도 전반적 기조는 다소 강경한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까지 한미협의에서 회담 재개방안 논의에 비중이 80% 가량 실렸다면 오늘은 대북 압박 논의의 비중이 50%에 이른다고 봐도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미 양국이 대북 압박 쪽으로 점차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것은, 북한의 거부로 북핵 6자회담이 장기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북한이 핵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 대한 대응책으로 보인다. 북한의 바람직하지 못한 `말'과 `행동'으로 인한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막고, 6자회담 무용론이 제기되기 전에 북한의 회담장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는 이날 송 차관보와의 면담직후 "심도 있는 공통이해를 나눴으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전술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조지 부시 미 행정부내 6자회담 채널의 대북 압박 분위기는 이미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22일 리투아니아 방문중 가진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필요하면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보내거나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과 권리를 갖고 있다"고 했고, 힐 차관보가 23일 인천공항에 입국하면서 "북한이 6자회담을 계속 거부한다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한데서 그런 분위기가 확인됐다.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도 25일 오전 21세기 동북아미래포럼 초청연설에서 "북한의 영변 핵원자로가 가동중단됐다는 여러 징후가 포착된 보도가 있었고 파악과정에 있다"며 "만일 북한이 그런 식으로 핵실험까지 한다면 그 것은 북한이 그야말로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한다"고 했다. 반 장관이 북한 당국에 `경고'라는 단어를 쓴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대북 압박기조와 무관치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한미 양국은 그러나 북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및 한미 합동군사훈련 강화 등의 `구체적인' 압박 방안에 관해서는 논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은 6자회담이 장기 `공전'되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틀 후인 27일이 3차 6자회담이 종료된 지 만 10개월째이 되는 날이다. 이와 관련, 미국과 일본내 대북 강경세력을 중심으로 3차 6자회담 이후 1년이 되는 6월까지는 적어도 후속회담이 열려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북핵문제는 대화가 아닌 다른 수단으로 풀어야 한다는 `6월 시한설'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 행정부는 공식으로는 "시한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그 내부에서는 "인내심의 저수지가 고갈돼 가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정부 입장이 당혹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6자회담은 열리지 않고 열릴 전망도 없는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은 `6자회담의 군축회담으로의 전환' `영변 핵원자로 가동중단' 등으로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미국내에서 이에 대한 강경대응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북핵 상황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따라서 향후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차단하면서 대북 압박 방안에 일부 동참해서라도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평화적 노력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서기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ㆍ아프리카 정상회의 기간인 지난 23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간의 회동에서 남북 당국자 회담 재개 필요성에 공감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남북 당국자 회담이 열린다면 중국을 통한 외교적 노력과 병행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촉구에 초점을 맞추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