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3대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과 디 벨트,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FR) 등 주요 언론들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빈방문에 때맞춰 일제히 일본의 과거사 관련 행태를 강력히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하고 나서 주목된다. FAZ는 12일자 1면에 `일본의 어두운 그늘'이란 제목으로 게재된 사설을 통해 "일본이 또 과거의 유령을 깨웠다. 이웃국가에게 문제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일본총리의 신사참배와 난징대학살의 진실 경시도 모자라 이제 한국과 사이에 놓인 섬인 독도/다케시마에 대한 논쟁을 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설은 "자기도취와 자기미화에 기여하는 민족주의와 다름 아니고, 일본정부는 과거극복의 문제를 통찰하지 않을 것이며, 다만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라며 "일본이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한 이웃과의 과거 청산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FAZ와 함께 양대 보수지로 불리는 디 벨트는 11일자 외신면에 `일본 민족주의자들, 호전적인 일제의 `위대함'을 애도', "돼지 같은 놈들 꺼져라"라는 제목의 논평과 사실관계 기사를 나란히 게재해 일본의 한.중 침탈 관련 과거사 왜곡행위, 독도 영유권 주장 등 퇴행적 행태를 성토했다. 디 벨트는 논평기사에서 독도분쟁과 관련, "일본의 급진적 민족주의자들은 이웃나라의 특정 섬의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면 중국, 러시아 또는 한국대사관 앞으로 검은 버스를 타고 몰려가 항의한다"며 "가장 최근의 예가 독도인데, 일본은 이를 다케시마라고 부르나 한국은 1905년 독도를 일본에 빼앗겼으며, 몇 십년 전부터 다시 이 섬을 통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디 벨트는 이어 군위안부 문제를 거론, "일본은 난징대학살, 731부대의 인간생체실험 등 다수의 전쟁범죄를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중국의 수천명의 여성들을 위안부라는 미명하에 끌고가 매춘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디 벨트는 "일본학교의 몇몇 역사교과서에는 일본의 전쟁범죄가 언급되지 않거나 사실이 왜곡되고 있다"며 "단지 전체 일본학교의 1퍼센트만이 이 교과서를 주문했다"고 밝혔다. 디 벨트는 또 사실기사를 통해 최근 중국 곳곳에서 일본의 권력욕에 대한 반일 시위가 있었다고 전하고 "일본군국주의에 의해 강탈당한 한국과 중국 같은 나라들에서의 전쟁범죄 사실을 왜곡한 최근 새로 개정된 일본교과서가 중국에서 시위를 유발한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서는 특히 중국의 웹사이트들이 반일시위를 호소하면서 사용한 "전쟁범죄를 인정치 않는 악마 일본", "오늘 일제 상품을 구입하면 내일 중국을 공격하는 탱크에 투자하는 꼴"이라는 구호도 시위대 사진과 함께 소개됐다. 또 집권 사민당에 우호적인 FR은 11일자 3면에서 `민족주의의 야수'라는 논평을 싣고 "최근 일본의 이웃에는 친구가 거의 없다"며 "몇몇 역사교과서의 왜곡과 그리 중요하지 않은 섬의 명칭을 둘러싼 분쟁에 대한 항의운동은 몇 십 년 전부터 있었는데, 그동안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나 이번 항의시위는 이전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논평은 또 한국의 반일정서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을 반대하는 한국내 보수세력이 이번 항의시위를 부추겼다고 추측할 수는 없다"며 "(노무현 정부가) 이제는 일상적인 대일 외교관계로 되돌아가기 힘들어 보인다"고 진단하고 "그러나 한국정부가 이를 원하고 있을까"라고 반문관계 개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지난 3월12일자에서 `다케시마 논쟁'이란 기사를 내보내 우리 정부측으로부터 시정 조치를 요구받았던 FR은 특히 이 기사에서 독도 표기시 `독도(일본식 명칭 다케시마')로 처리하면서 주석을 달아 "당시 제목에 대해 주독 문화홍보원이 즉시 대응, 독도로 표기 시정한 바 있음"이라고 밝히고 "노무현 정부가 독도와 교과서 문제와 관련해 강력 대응함으로써 이 항의운동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전개시켰다"고 분석했다. FR은 이어 일본 자위대와 신보수주의자,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평화준수 의무를 규정한 헌법 조항을 매우 불쾌한 사슬로 여기는 `그들'로 지칭하면서 "그들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 이 섬의 소유국을 애매하게 규정한 점을 의식적으로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는데, 이 섬 근해에 석유가 매장돼 있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고 밝히고 "그들은 북한의 위험을 과장함으로써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의 참가 의도를 정당화하고 이웃을 경악시켰다"고 전했다. FR은 나아가 동북아의 불안한 안보 현실을 들어 "이 때문에 유엔 개혁이 좌초되고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불안으로 남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언론의 대일 비판에 대해 주독 문화홍보원측은 "쾰러 독일 대통령의 지난주 일본 방문 및 `일본에서의 독일의 해' 개막으로 독.일본 관계가 정점인 시점에서 이례적인 것"이라며 "일본의 역사왜곡이 독일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독일언론의 진단이 그 배경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베를린=연합뉴스) 조복래 김재현기자 cbr@yna.co.kr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