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을 구입한 후 진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소량을 손가락으로 찍어 맛만 본 경우라도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8일 히로뽕을 구입해 투약하고 남에게 판매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로 구속기소된 김모씨에 대한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구입한 백색가루가 히로뽕인지 확인하기 위해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봤을 뿐 투약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마약류관리법상 히로뽕 투약 혐의는 히로뽕을 투약한다는 의식만 있었다면 성립한다"고 밝혔다. 김씨의 `함정수사'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 정보원으로부터 히로뽕을 구입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피고인이 히로뽕구입 자금이 모자라자 직접 돈을 빌리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점 등을 고려하면함정수사라고 보기 힘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함정수사란 수사기관이 범의(犯意)가 없는 사람에 대해 계략 등을 써서 범죄를 부추기는 경우를 말하지만 범의가 있는 사람에게 범행의 기회를 주거나범행을 쉽게 해 준 것에 불과할 경우에는 함정수사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작년 4월 부산에서 경찰 정보원인 최모씨의 제의를 받고 히로뽕 2g을구입한 후 약 0.003g을 손가락으로 찍어 먹는 방법으로 투약하고 일부를 최씨에게팔려다 잠복 중인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