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은 과연 이견을 좁히고 화해할까. 21~22일 브뤼셀에서 열린 부시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간의 회동에서 가장 주목받은 이슈중 하나다. 두 사람은 이라크전을 계기로 촉발된 이견을 뒤로 하고 새로운 동맹의 시대를열어가자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하고 이라크 재건과 시리아의 레바논 철수 문제에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다른 주요 이슈에선 이견이 여전해 화해엔 한계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평가다. 특히 1989년 톈안먼 사태 유혈진압에 대한 제재로 유럽연합(EU)이 중국에 내린무기금수 해제와 이란 핵문제에 대해서는 현격한 입장차가 그대로 노출됐다. 부시 대통령은 22일 나토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시라크 대통령 주도로 EU가적극 추진하는 중국에 대한 무기금수 해제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무기 이전에 따라 중국으로 기술이 넘어가 중국-대만 관계 균형에 변화를줄 수 있어 미국에서 깊은 우려가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간 EU가 미국에 공들인설득 노력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증거다. 시라크 대통령도 기자들 앞에서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대중국 무기금수는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 EU가 아시아에 세력균형 변화가 없도록 보장하겠다"고 받아쳤다. 그는 "미국의 우방인 캐나다와 호주는 중국에 무기판매를 금지하지 않는다"는점도 강조했다. 이란 문제에 대한 마찰도 여전하다. 미국은 이란이 협상을 진행하는 척하면서은밀히 핵무기 제조를 추진하고 있다고 일관되게 의심하며 무력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도 같은 맥락의 발언을 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오히려 부시 대통령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해결에 나선 EU의 협상 노력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란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노력과 민간 항공기 엔진 구입 노력과 관련해 조치를 취해주는 게 합당해 보인다. 이런 조치가 왜 안되는지 이해가 안된다. 이런 이야기를 부시 대통령에게 했다"고 전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란을 설득해 핵 관련 활동을 중단시키는 첫 단계를 마쳤다"며 부시 대통령을 거듭 압박했다. 한편 다수의 프랑스 언론도 두 정상이 겉으로는 화기애애해 보였지만 주요 국제현안에 대한 이견이 여전해 화해에는 한계가 있다는 논조를 보였다. 우파지 르 피가로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지만 정말로 서로 이해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보도했다. 좌파지 리베라시옹도 이란과 시리아의 지역 불안정 행동을 막으려는 게 공동 목표지만 방식에서 서로 달라 보인다고 진단했다. (파리=연합뉴스) 이성섭 특파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