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매장량이 엄청난 이라크 남부 지역을시아파 자치지역으로 선포하자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있다. 세속 시아파 지도자 아흐마드 찰라비 이라크국민회의(INC) 의장은 총선을 수일앞두고 잇따라 언론 회견을 갖고 남부 시아파 지역의 분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바스라와 아마라, 나시리야주(州) 등 시아파 거점지역을 중앙정부에서 분리해시아파 자치지역으로 선포하자는 것이다. 찰라비는 이라크 석유수입의 90%를 차지하는 남부 3개주를 시아파 자치지역으로선포하는 내용을 차기 헌법에 명문화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유도했던 찰라비는 이번 총선의 최대 승자로 유력시되는`유나이티드 이라크연맹(UIA)'의 공천자 명단 상위에 올라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시아파 성직자 아야툴라 알리 알-시스타니가 UIA를 후원하고있다. 사미 알-무드하파르 교육부 장관도 찰라비의 분리주의 주장에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무드하파르 장관은 UIA 공천자 명단에 오른 대부분의 후보들이 시아파분리주의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찰라비 의장은 북부 쿠르드 지역이 1991년 이후 사실상의 자치를 누리고 있다며이라크를 남부 시아파 지역과 중부 수니파 지역 그리고 북부 쿠르드 지역의 3개 연방으로 분리하는게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방주의가 지난해 합의한 잠정헌법에도 명시돼 있는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남부 3개주의 현실이 참을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다며 중앙정부 재정의 20%를 남부 주들에 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3개주의 인구는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보다 많지만 쿠르드 지역은정부 재정의 17%를 받아 쓰고 있다. 남부지역 주 대부분이 사담 후세인 통치 시절차별정책으로 개발이 낙후된 반면 북부 지역은 1991년 이후 중앙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상대적 번영을 구가해왔다. 연방제 분리는 2003년 이라크 전쟁 이전부터 거론돼온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현재 이라크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지난해 8월 살람 우다 알-말리키 바스라 부지사는 바스라와 아마라, 나시리야가공동으로 중앙정부에서 분리를 선언할 계획이라고 밝혀 파문을 야기했다. 후세인 치하에서 분리주의 주장은 반역죄에 해당됐으며, 이를 언급하는 것 만으로도 사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시아파는 이번 총선을 통해 새로운 집권세력으로 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찰라비 의장의 발언은 시아파 양대 정당인 이라크 이슬람혁명 최고위원회와 이슬람다와당이 주축이 된 UIA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쿠르드민주당(KDP)과 쿠르드애국동맹(KPU) 등 양대 쿠르드 정치단체들도 분리독립 염원을 구체화하지 않고있는 가운데 나온 찰라비의 발언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것으로 보인다. 쿠르드 정당들은 통합 이라크에 남되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분리 독립하겠다는 계산이다. 이 때문에 남부 지방에서 시작된 분리주의 논쟁이 쿠르드 분리주의자들의 독립의지를 더욱 부채질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라크를 종족과 종파에 따라 3개로 분리하자는 논의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미국은 한때 이라크를 쿠르드, 수니, 시아파 국가로 분할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미국과 동맹의 이익 보다는 이란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에 따라 백지화했다. 이라크 남부에 강력한 시아파 국가의 등장을 우려하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쿠르드족의 분리주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터키도 이라크의분할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있다. 그러나 시아파의 분리주의 요구는 총선 후 더욱 노골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