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6일 저녁 임채정(林采正) 의장,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 참여정부 출범 3년차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노 대통령과 우리당 지도부의 만찬은 구랍 23일 송년 만찬 이후 한달여만의 일로, 개혁입법 무산 책임을 지고 이부영(李富榮) 전 의장 등 당 지도부가 일괄 퇴진,새 지도부가 꾸려진 이후로는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먼저 지난 24일 선출된 정세균 원내대표와 원혜영(元惠榮) 정책위의장에게 축하말을 건네고 "일부 체제를 새롭게 정비해 출발하게 된 것은 당 전체를위해 매우 축하할 일"이라고 인사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대통령 지지도'를 화두로 꺼냈다. 노 대통령은 "사실 저는제 지지도에 대해 둔감한 편"이라며 "긴 승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지지도갖고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신경쓰일 때가 있다. 당원들의 사기다. 제 지지도가 떨어지면 당도 불안하고 사기도 떨어지고..."라며 "내가 잘해서 도움이 돼야 할텐데, 어떨지 걱정"이라며 당에 대한 깊은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확신을 갖고 있고 자신이 있지만, 사람이 간사해서 그때그때 상황이 중요하다"며 "그때 손발을 맞추기 짜증날 때도 있을 것"이라며 당원들의심경을 짚어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당과의 정책조율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연"이라며 "시끄러워도 둘이 만나면 잘되는 집안이 있고, 손발이 맞는 것 같은데 만나면 사업이 안되는 인연이 있다"며 화제를 돌렸다. 노 대통령은 "당이 잘할 때도 있고 못한다 싶을 때도 있지만, 천생연분이라서좋으나 궂으나 숙명으로 같이 가고 가다보면 잘 될 운수를 갖는 게 지금 우리의 운수 아니냐 생각한다"며 자신과 우리당의 `천생연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희일비하지 말고, 섭섭할 때도 섭섭하다 말고 같이 꾸준히 가자"고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정무-당정분리, 정책-당정일체'라는 새 당정관계를 의식하듯"지금 당과 저 사이의 관계를 보면 어떤 분들은 아직 생소하고 불편해 하지만, 난새 질서에 완전히 익숙하고 편안하다"며 "아직 혼란하고 불안해 보이지만 좀 익숙해지면 합리적, 정상적, 효율적 질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2월 하순께 2년 평가 및 3년 계획을 보고할 것"이라고소개하고 "내용은 또한번의 새로운 출발로, 2005년은 좀더 자신감을 갖고 추진력있게, 박력있게 새로운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며 "함께 열심히 하자"고 주문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예정보다 5분 가량 이른 오후 6시25분께 행사장에 입장,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했으며, 자리에 앉은 뒤 "그동안 풍파도 많고 변화도 많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옛날 후보 캠프 때와 인수위하고 비슷한 것 같다"고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임 의장을 향해 "의장 대행께서..."라고 말문을 열다 `의장'이라고 호칭을고친 뒤 "임 의장께서 거기 딱 앉아 계시니까 완전히 인수위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임 의장은 "(얼굴이) 훨씬 깨끗해지신 것 같다"는 말로 인사한 뒤 "요즘 당이안정 돼가고 있고, 대통령 지지도도 크게 올라가 당도 따라 올라가고 있다"며 "합심해서 국정기조와 개혁을 총력을 다해 실천해 나가자"고 밝혔다. 또한 정 원내대표는 "올 한해 국민에게 희망과 편안함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대통령의 건승과 당의 미래'를 구호로 건배를 제의했다. 노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경제문제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처럼 이날 2시간 가까이 계속된 만찬에서도 주로 경제 관련 사안들이 화제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기업의 규제완화 요구와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만이 기업을 살리고 경쟁력을 높인다고 보지 않는다"며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으면 완화해야 하지만 경제의 건강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 장치는 유지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상장 기업들은 상당히 좋은 상태인데 정말 걱정은 식당과 숙박업소, 택시, 화물 등 서민경제 분야로 이 부분은 출자총액제한제 완화로 해결될문제는 아니다"라며 "외국자본에 대해서도 투기성 자본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석(任鍾晳)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여당의 출자총액제한제 완화 방침을 반대한 것으로 해석되자 기자 브리핑을 통해 "소모적이지 않는 방향에서 실질 내용 갖고 논의했으면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하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노 대통령은 정 원내대표가 "우리 경제가 지금 바닥을 치고 상승이 가능한 시기니 불쏘시개를 활용하면 올해 내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경기 진작책의 필요성을 필요성을 언급하자 "이륙할 때 박차를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뒤를 잘 살펴서 부작용이 없도록 잘 해나가자"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구조조정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선진국 모델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우리 고용현실에 맞는 정책을 찾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선진경제 모델에 대해 지난 연두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내용을 소개한 뒤 "금융, 법률, 회계, 컨설팅 등 기업지원 산업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 기업의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인데 기업지원 서비스는 취약하다. 이를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중소기업정책과 관련, "중소기업이 숫자도 많고, 유형도 다양해서 중소기업정책에 대한 보고를 여러 번 받았는데 새로운 것이 없었다"며 "중소기업의유형을 분류, 분석해서 맞춤정책을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임 의장이 연두기자회견에서 밝힌 선진사회협약 체결 추진 방안을 설명하자 "아주 좋은 방안"이라며 "도울 것이 있다면 적극 돕겠다"라고 공감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또 임 의장이 여당 의원들을 현장으로 보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는 계획을 밝히자 "그 결과를 가지고 정책토론회를 한 번하면 좋겠다"고 관심을 보였다. 이어 노 대통령은 당정분리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천명한 뒤 "국세청이나 검찰등 권력기관 장악하고 조정하고 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있었고, 여당 여러분들이 불편하고 불만도 있었을지 모른다"며 "그러나 2년간 고집스레 해오니 각 기관이 고유 기능을 잘 수행해 남는 장사 아니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상한 민주당과의 합당론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의원에게 교육부총리직을 제안한 것과 관련, "열린우리당에도 의원들이 많은데, 괜히 항의받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농담을 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론을 현장에 적용하지 않고 현장을 이론에 맞추는 엉터리정책이 많은 것 같다"며 "올해는 공무원 조직이 정책, 행정역량을 제고할 수 있도록 공무원 훈련에 많은 관심을 두고 역점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또 참석자들이 개성공단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공감을 표시하면서 "6자회담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김범현 기자 koman@yna.co.kr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