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회기간을 이용한 국회의원들의 해외방문 `의원외교'가 러시를 이루고 있으나, 방문지가 특정지역에 집중된 데다 방문 일정에 정작 해당국 의원들과의 교류는 거의 없어 사실상 `의원 외유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중남미 지역의 경우 이번 달에만 무려 6개의 의원단이 잇따라 방문, 현지공관들이 일정 주선에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1월 한달동안 모두 23개의 의원단이 2-5명 단위로의원외교차 미주, 유럽, 중남미, 동남아, 아프리카 등을 방문 중이거나 방문할 예정이다. 이 중 일부 의원단은 이미 방문을 끝냈다. 이 가운데 6개 의원단이 몰린 중남미의 경우 공교롭게 방문국도 멕시코, 브라질,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등으로 집중됐다. 과학기술정통위 소속의원 2명의 경우 1월 1일부터 12일까지 브라질, 아르헨티나,칠레를 방문했으나, `의원외교'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일정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들 의원은 방문 기간에 4일 브라질에서 조나스 도니제티 상파울루주의회 문화.과학기술위원장, 10일 칠레에서 라몬 베가 과학기술교육문화위 소속 상원의원을 면담하는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나머지 기간에 브라질 LG전자 따우바떼 공장과 삼성전자 깜삐나스 공장을 시찰했으며, 방문국에서 각각 1명 또는 2명의 정부 고위간부를 면담했다. 이와 함께 국회 운영위 소속 여야의원 4명이 4∼16일 멕시코, 페루, 브라질을방문했으나 이들 의원의 일정에서 해당국 의원들과의 만남은 없었다. 운영위 소속 의원들은 멕시코에서의 현지 진출 지사.상사 대표 간담회와 메리다한인후손 대표와의 만찬간담회, 유카탄 주지사 주최 조찬간담회를, 브라질에서 상파울루주 경제부 장관 면담을 가졌다. 페루에서 공식 일정은 없었다. 뒤이어 예결위 소속 의원단 5명도 9∼23일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찾았다. 그러나 13박14일의 여행기간에 이들의 공식 일정은 11일 칠레에서 팍스리 상하원합동 예산위원장 면담, 12일 아르헨티나에서 경제생산부 예산차관 면담, 17일 브라질에서 상하원합동예산위원회 위원장과 마차도 기획예산행정부 장관 대행을 만난게 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12∼24일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를 찾은 통일외교통상위소속 의원단도 의원외교는 칠레에서 라라인 상원의장과 로메로 상원 외교위원장을만나고, 멕시코에서 한명의 상원의원을 면담하는 데 그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외통위 의원단은 나머지 공식 일정을 브라질에서 한인타운 시찰, 멕시코에서한인회 간부 간담회로 채웠다. 반면 23∼31일 두 팀으로 나눠 미국과 인도를 각각 방문하는 해외 현지기업 애로청취 산업시찰단, 12∼22일 캐나다와 미국을 방문한 선진 장애.복지제도 시찰단,12∼22일과 17∼27일로 나눠 미국과 일본을 찾은 선진 증권선물거래 시찰단의 방문은 `알찬' 해외방문으로 분류되고 있다. 애로청취 산업시찰단은 8박9일간 미국과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일일이방문해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의 지원 방안을 모색했으며 두 팀의 증권선물거래 시찰단도 9박10일간씩 미국의 시카고와 뉴욕, 일본 도쿄의 선물거래 실태를 꼼꼼히 챙긴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애.복지 제도 시찰단도 이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캐나다와 미국의 중소도시까지 찾아 관련 시설을 둘러보며 국내에서의 접목 방안을찾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의원들이 며칠 간격으로 같은 나라를 방문하게 되면 해당국 의원들과의 면담 예약도 어렵다"며 "특히 중남미 지역 대부분의 국가들이 휴가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자칫 현지에서 우스갯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젊은 층들이 대거 진입한 17대 국회는 뭐가 좀 다를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구태는 여전하다"면서 "앞으로 유권자 차원에서 `의원외교'의성과를 분명하게 묻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이상헌 기자 kjihn@yna.co.kr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