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시카고에서는 눈이 많이 내린뒤 거리 곳곳에 부서진 의자나 소파, 곰인형 등이 쉽게 눈에 띈다. 이는 주민들이 집앞의 눈을 치운 뒤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내놓은 물건들로 그동안 시카고의 고민거리가 돼왔다. 3년전 시카고 시는 공유지인 도로에서 이처럼 우선권을 주장하는것은 불법이라며 시인력을 동원, 물품을 치운 뒤 집 주인에게 찾아갈 기회를 부여키로 했다. 제설차량이나 응급 차량의 접근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명분이었다.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보스턴에서는 물건을 치운 뒤 48시간의 여유를 준 다음쓰레기로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물품들을 치우는 과정에서 주민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제설 작업 또한 지연되는 등 문제가 이어져왔는데 올들어 가장 큰 폭설이 예보된 지난 4일(이하 현지 시간) 시카고의 리처드 데일리 시장은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이를 전통으로 인정했다. 데일리 시장은 도로는 공유지임을 강조하면서도 이같은 문제로 주민들과의 마찰이 빚어지는것은 원치 않는다면서 집앞을 치우고 관리하는 부지런한 주민들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집앞을 치운다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데일리 시장의 발언에 대해 시민들은 얌체 주차차량을 막고 시 인력도줄이는 방안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였으나 일부 시의원은 시가 그저 일을 덜하고 싶어하는 것뿐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폭설 경보가 내려진 시카고 지역에는 6일까지 30센티미터에 달하는 적설량이 예보된 가운데 4일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으로 수백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고 열차 운행이 지연됐으며 학교들이 휴교했다. 오헤어 국제 공항에서는 400 여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으며 계속되는 폭설과강한 바람, 시계 악화로 인해 항공기 운항 취소 편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카고=연합뉴스) 이경원 통신원 kwchri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