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31일 새벽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대체입법 잠정합의를 `번복'한데 반발해 국회 본회의장과 법사위 회의장을 전격 점거, 우리당과 대치했다. 이에 따라 4대법안을 둘러싸고 대립했던 여야가 `대타협'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정국이 파국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30일 오후 10시께 우리당 천정배(千正培),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가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및 내년도 예산안 처리, 과거사법 및 신문법 처리 등 모두 7개항의 합의서를 발표하자 한나라당내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당초 잠정 합의안 보다크게 후퇴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서면서 `극적 타결' 무드는 급반전됐다. 안택수(安澤秀) 이규택(李揆澤) 의원 등은 원내대표 합의직후 의총에서 "여당에내줄 것은 다 내주고, 챙길 것은 다 포기했다"며 원대대표단을 몰아세웠고, 중도계열로 분류되는 박진(朴振), 임태희(任太熙) 의원 등도 가세했다. 의총 분위기가 합의서 수용 반대 기류쪽으로 흘러가자 김 원내대표와 남경필(南景弼) 수석원내부대표는 원내대표실로 대책을 숙의했다. 김 원내대표 등은 결국 31일 새벽 0시30분께 의총이 열리고 있는 예결위회의장으로 돌아와 본회의장 및 법사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당초 국보법 대체입법 처리 등이 포함된 합의안을 우리당이수용할 때까지 무기한 점거농성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후 의원들은 지도부의 방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법사위, 교육위, 건교위,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은 법사위 회의장으로, 나머지의원들은 본회의장으로 나눠 이동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나 여당의 단독 처리 시도에 대비했다. 본회의장에서는 의장석을 중심으로 의원들이 에워쌓고, 법사위 회의장에서는 출입구를 의자와 책상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우리당 의원이나 보좌관들의 출입을차단했다. 본회의장 점거돌입 직후 여야는 지도부를 중심으로 긴박하게 움직였다. 여야는 또 서로에게 파행 책임을 떠넘기면서 공세의 고삐도 늦추지 않았다. 천 원내대표는 점거소식을 접한뒤 곧바로 김원기 의장을 방문, 직권상정 등 모 든 방법을 강구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천 원내대표는 의장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을 겨냥, "나라를 깨려고 하는 것이냐"며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는 김 원내대표와의 협상재개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지금까지 수천시 간도 넘게 대화했는데, 대화는 무슨 대화냐"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여당이) 국보법을 포함해 3대법 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해놓고 일방적으로 합의를 깼다"면서 "여당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물리력으로 막을 수 밖에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김원기 의장도 잇단 절충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국이 파행으로 치달은데 대 해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김 의장은 "이렇게 정치인이 부끄러운 줄 몰라 가지고..."라며 막판 대타협이 무산된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 여야 지도부에 불만을 표시했다. 김 의장은 예산안과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을 비롯해 전날 여야 원내대표가 연내 처리를 합의한 과거사법과 신문법안 등을 해당 상임위원회에 31일 새벽 3시까지 심 사를 완료토록 지정하는 등 `마지노선'을 설정했다. 국회 안팎에서는 김 의장의 이런 조치가 직권상정을 위한 사전 조치로 풀이하는 해석이 다수였다. (서울=연합뉴스) 류성무기자 tjd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