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대 쟁점법안' 가운데 국가보안법과 더불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다루기로 합의한 것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9월 `4대 법안'을 내놓으면서 가장 자신있게 처리할 수 있는법안으로 사학법 개정안을 꼽았다. 4대 법안 가운데 여론 조사에서 국민들로부터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당초 수월한 처리가 예상됐던 사학법 개정안은 국가보안법 만큼 여야간입장 차가 큰 법안임이 드러나면서 결국 연내 처리가 무산됐다. 사학법 역시 국보법 못지않게 양당의 이념 차와 우리 사회의 보.혁 구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접점을 찾는 것이 지극히 어려웠다는게 여야 협상당사자들의 전언이다. 여기에다 일부 사학 설립자들이 "여당의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학교문을 닫겠다"며 국회를 압박한 것도 법안의 신속처리에 걸림돌이 됐음은 물론이다. `평등하고 공정한 교육'을 표방하는 우리당의 개정안은 교사와 학부모 등으로구성된 학교운영위가 추천하는 `개방형 이사'를 이사 정수의 3분의 1이상 채우고 학교운영위와 대학평의원회 등을 심의기구로 만들도록 하고 있다. 즉 학교 구성원이 사학재단 운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자본주의 원리와 경쟁'을 강조하는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 등을 현행처럼 자문기구로 유지하면서 자립형 사립고교 설립과 운영을 활성화하는 것이 골자다. 사학의 자율성 및 국제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학교와 학생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발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애초 법안 개정의 취지부터 `극과 극'에 선 까닭에 17대 국회 교육위는개원 초부터 사학법 개정안을 둘러싼 신경전 속에 석달 이상 파행을 거듭했고, 쟁점법안 일괄타결을 위한 `4인대표 회담'에서도 거의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양당의 복잡한 이해관계도 사학법 개정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사립학교 관련 단체나 보수 성향의 교육단체 출신 의원들이 많은 한나라당은 사학 재단의 이해를, 시민단체나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많은 우리당은 전교조 등 진보적 교육계쪽 목소리를 각각 법안에 담아낼 수 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