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올해 마지막날인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과거사법 등 쟁점법안, 새해예산안과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등 안건처리를 놓고 이틀째 대치했다. 이날 새벽 본회의장을 점거한 한나라당은 과거사법 등 쟁점법안을 모두 내년 2월 임시국회로 넘기고 예산안과 파병동의안만 처리할 것을 요구하며 본회의 개의를 막았고, 열린우리당은 원만한 회의진행에 협조해 줄 것을 요구하며 맞섰다. 열린우리당은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전날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하고 서명한 합의문대로 8개 법안 및 안건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한 반면, 한나라당은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를 열어 여당에 대해 재협상을 촉구하며 본회의장 사수를 다짐했다. 여야간 해결기미가 없는 대치상태가 계속되자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은 이날오전 11시께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의장으로서 여야간 합의된 의사일정을 진행하기위해 법적인 모든 수순을 밟지 않을 수 없다"며 경호권 발동을 강력 시사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여야 모두 소속 의원들에게 본회의장 총출동령을 내렸고, 본회의장에는 삽시간에 의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순식간에 전운이 고조됐다. 열린우리당 이종걸(李鍾杰) 의원은 소속 의원들에게 "고성을 지르는 행위 등은자제해 달라. 진지하게 해달라"며 과잉대응 자제를 주문했고,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원내 수석부대표도 당 소속 의원들에게 행동지침 등을 전달해 상황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으로 감돌았다. 김 의장은 오전 11시20분께 국회 본회의장 왼쪽 출입구를 통해 본회의장에 입장했으나 한나라당 이상배(李相培) 안경률(安炅律) 박창달(朴昌達) 김희정(金姬廷) 의원 등 10여명으로부터 곧바로 제지를 받았다. 그러나 몸싸움은 없었다. 또 한나라당 의원 30여명은 본회의장 의장석에 앉아 김 의장의 의장석 등단에대비해 2차 방어선을 형성했다. 김 의장은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해서 의장이 기자회견을 열어서 이를 발표해 국회일정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국민 앞에 이런 부끄러운 일이 있을 수가 없다. 내가 국민앞에 얼굴을 들 수가 없다"며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첫번째 합의는 여당이 깼다. 한번 더 협상을 중재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 의장과 한나라당 의원들간 실랑이가 진행되는 동안 본회의장내 열린우리당의원들은 의석에 앉아 전날 천정배(千正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가 합의, 서명한 합의문을 흔들며 "합의대로 하세요", "국회법대로 처리합시다"라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10여분동안 한나라당 의원들과 논란을 벌인 뒤 "나로서는 돌아가 잠깐만 기다려볼테니까. 그 사이 결론이 안나면 안된다"며 일단 발길을 돌렸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김남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