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입법 등 쟁점법안 타결을 위한 여야 4인 대표회담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것이표면적인 이유다.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26일 오후 회담을 1시간여만에 끝내고나온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더 이상 회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힌 뒤심야 수뇌부 회동에서 "한나라당이 전혀 대안을 제시하지 않아 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했다. 당지도부는 일단 4인 회담의 활동시한인 27일 오후까지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여부를 지켜보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27일 오전 예정된 의원총회를 연기했으나회담 결렬에 따른 책임론을 의식한 수순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과 4대 입법, 특히 핵심 쟁점인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 대타협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4인 회담은 가동 닷새만에 용도폐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여당 지도부의 강경 선회는 협상 막판 한나라당 지도부를 압박하기 위한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부영(李富榮) 의장도 심야 연석회의 후 `한나라당의 태도변화가 없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지금 얘기할 상황은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여당측은 일단 회담이 결렬위기를 맞은 데 대해 한나라당, 특히 박근혜(朴槿惠)대표의 완고한 자세에 그 책임을 돌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변화를 기다리겠다"며의원총회를 연기한 것도 야당측에 공을 넘기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여당 지도부로선 국보법 연내 폐지를 주장하는 강경파의 압박을 의식한측면도 있어 보인다. 강경파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상황에선 국보법 폐지를 제외한어떠한 타협을 이뤄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이란 얘기다. 지도부, 특히 당권파 내에서 재야.운동권 및 개혁당 출신 그룹이 주도하는 연내폐지 투쟁이 내년 전당대회를 겨냥한 당권경쟁의 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 일부 있는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강경파는 지난 23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나서 "무리하지 말라"는 실용주의적 메시지를 냈는 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도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더욱 끌어올리며 외부세력과의 연대투쟁에 나선 상태다. 26일 밤에는 일부 의원과 `국민의힘' 등친노 외곽단체 회원 60여명이 국회의장 공관 앞에서 국보법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박근혜 대표의 비타협적인 자세도 협상의 큰 걸림돌이지만우리당 의원들의 태도도 큰 문제"라며 "지도부에 협상에 전권을 준다고 해놓고 재량권은 하나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시점에서 협상 종료 직전 극적인 반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여당 지도부는일단 민주노동당과 공조해 국보법 등 4대 입법을 사실상 단독처리하는 절차에 돌입할 공산이 크지만, 한나라당의 실력 저지 등 거센 반발이 불보듯 뻔해 현실적으로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또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이 이미 4대 법안에 대해 직권상정 불가 입장을 밝힌 데다, 설사 여당 강경파의 주장에 따라 국회의장이 본회의장에서 경위권을 발동한다고 해도 120명이 넘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제압한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게 사실이다. 특히 예산안과 파병연장동의안의 연내 처리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는 4인 회담이 결렬되더라도 막후 접촉 등을 통해 임시국회 종료일까지 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정윤섭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