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9일로 당선 2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최근 잇단 해외순방의 마지막 일정으로 17∼18일 가고시마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가진 뒤여서 이날 일정없이 청와대 관저에 머무르며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연초의 개각여부 결정과 연두회견 등에서 던질 메시지를 가다듬으며 집권 2기 국정운영을 위한 큰그림 짜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는 2005년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취임 3년차가 되면서 '시행착오'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고 노 대통령의 임기도 실질적으로는 후반기쪽에 접어들어섰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가적으로도 8·15 광복 60주년,한·일수교 40주년,6·15 남북정상회담 및 공동선언 5주년이 되는 해이고,연원을 더 올라가면 을사5조약으로 국권을 넘긴 지 1백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관심의 초점은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좀더 근본적인 변화가 올 것인가,정쟁을 지양하고 경제 살리기에 정부가 전력투구할 것인가에 집중된다. 이와 관련,노 대통령은 2004년 한햇동안 탄핵사태와 4·15총선 승리,공정거래법 및 노사문제 등으로 재계와의 긴장관계 지속,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의 위헌결정,하반기 40일간의 해외순방 등을 거치며 국정운영에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적잖게 했다. 이로 인해 일반의 시각은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지만 청와대 참모들은 "국정운영 방식과 철학에 근본적인 변화는 있을 게 없고 특유의 실용주의적 관점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결같이 "2주년을 맞아 앞으로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매진할 것"이라며 정책기조를 전하고 있다. 김우식 비서실장도 지난 16일 기자들과의 송년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새해에 '경제에 올인한다'는 방침"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제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4대 개혁법이든,뭐든 모두 힘들고 의미가 반감된다는 인식이 퍼져가고 있다"며 다급한 심경을 나타냈다.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면서 북핵문제해결과 갈등해소·사회적 통합도 적극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정쟁은 지양하고 경제에 올인하겠다"고 강조하지만 여건은 만만치 않다. '4대 개혁법안'으로 여야간 대립국면이 쉽게 가라앉지 않은데다 군 인사개혁,공무원 노조의 노동3권 요구,과거사 규명 등 갈등의 골이 깊은 현안이 곳곳에서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이고 경제부문에서도 국내외 상황은 어렵기 때문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경제에 올인하면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할 각오를 청와대가 과연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