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관계자는 "인사 및 예산권을 부문장에게 대폭 이양하는 자율부문장 제도를 실시하자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실제 제도화된 적은 없었다"며 "이번에 명실상부하게 인치(人治)가 아닌 시스템경영으로 가기 위한 제도적 발판을 마련키로 했으며 SK㈜가 시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8일 밝혔다.


국내 대기업에 이같은 전사적 소사장제도가 도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 제도 도입은 "한 두 사람이 기업을 경영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시스템 경영'을 강조해온 최태원 SK㈜ 회장의 주문에 따른 것이어서 최 회장의 '포스트 재벌체제 구상'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경기도 용인 연수원에서 가진 전 계열사 임원 워크숍에서 "내가 회사라는 자세로 일해달라"며 이 같은 후속조치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이에 따라 신헌철 사장 산하에 놓여 있는 5개 부문,1개 기술원과 그 하위 조직인 25개 사업부(본부),3개 연구소,4개 실·담당은 보고 서류에 사장결재란을 없애는 등 개별 조직의 특성에 맞는 인사 및 예산 운영안을 작성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해외법인도 부서별로 독립법인 개념을 도입,국내와 동일한 방식이 적용된다.


SK는 이 제도가 정착되면 투자도 해당 부문이 직접 의사 결정을 하게 된다며 한정된 자원이 돈이 되는 사업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TO(정원)가 몇 명이니까 몇 명만 뽑는다는 식의 기존 인사관행에 일대 변혁이 일어날 것"이라며 "부문별로 실적에 따라 필요 인력을 얼마든지 더 뽑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당 부문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자체적인 구조조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는 '컴패니 인 컴패니 제도' 도입으로 권한을 대폭 하부로 이양하면서 부장급 직원 급여를 임원 수준으로 높여주는 등 사내 소회사의 간부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키로 했다.


한 해외사업 담당자는 "인재들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제도의 도입이 절실했다"고 강조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