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경기일치지수'가 3개월째 50%를 밑돌아 경기 후퇴기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일 내각부는 10월 경기동향지수(속보치)를 통해 일치지수가 11.1%를 기록,3개월 연속 50% 아래로 떨어졌다고 7일 발표했다. 일치지수가 3개월 연속 50% 이하일 경우 '경기후퇴 위험신호'로 분석되며,2002년 2월부터 시작된 이번 경기회복 국면에서 처음있는 일이다. 내각부는 또 경기기조판단 표현을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개선되고 있다'에서 '약해지고 있다'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10월 이전에 경기가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까지 언급했다. 일치지수는 경기 동향 연관성이 큰 광공업 생산지수 등 11개 지표를 3개월 전과 비교해 '나아졌다'는 평가 비율로 50%가 분기점이 된다. ◆'CD(중국+디지털)' 위력 줄었다=광공업생산 및 전력사용량 등 생산 관련 지표가 모두 3개월 전보다 악화돼 기업의 생산감소 현상이 뚜렷해졌다. 경기 회복을 이끌어온 디지털 제품의 판매도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이후 중국 및 미국의 경기 둔화와 디지털제품 수요 감소가 일본 경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로 업체들이 재고조정에 나섰다. 엔화 강세와 내년도 세제개편 등도 경기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화강세가 가속화될 경우 수출 중심인 일본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부가 사회보장비와 소득세 주민세 등의 인상을 추진,소비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11월 소비시장 경기지수(길거리 경기지수)는 전달보다 1.1포인트 떨어진 45.3을 기록,4개월째 하락했다. ◆연말연초가 분기점=경기가 본격적인 후퇴기에 진입했는지에 대한 분석은 엇갈린다. 그러나 연말연초 동향에 따라 일시 조정 또는 후퇴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내각부는 "경기회복이 계속되고 있다는 판단을 바꿀 필요는 없지만 경계해야 할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여름 태풍과 지진 등 악재에도 불구,기업 수익과 가계 소비가 개선돼 경기 후퇴기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주장이다. 닛세이경제연구소의 사이토 수석연구원은 "금융권 불량채권이 많이 해결됐고,기업의 수익구조가 튼튼해져 현 시점에서 경기 후퇴기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내년 초 다시 회복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비해 UFJ종합연구소는 "2002년 2월 시작된 경기회복기 정점은 6월께로 판단된다"면서 "내년도 세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고,IT제품 재고조정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내년에 제로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