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광고들은 한마디로 보수적이다. 일단 유명 탤런트 등 이른바 '빅 모델'을 쓰는 광고 자체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빅 모델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미지를 중시하는 광고보다는 메시지 전달에 충실한 교훈적인 내용의 광고가 많다. 금융회사들이 이처럼 보수적인 광고를 주로 하는 이유는 업태의 특성상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튀는' 광고는 웬만해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측면에서 현대카드의 광고 캠페인은 금융계에서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살인의 추억''올드보이''스캔들' 등 인기 영화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현대카드M'의 광고가 히트한 데 이어 최근에는 염정아와 장진영이라는 두 여성을 '투 톱'으로 내세운 '현대카드S'의 TV 광고가 주목받고 있다. 우선 이 광고는 동성 모델을 캐스팅했다는 것부터 눈길을 끈다. 보통 광고는 한 명의 빅 모델을 기용하거나 이성 커플 스타를 통해 제품을 알려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두 명의 동성 톱모델을 등장시켜 야릇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광고가 늘어나고 있다. 동성 커플의 미묘한 시선과 대화를 통해 제품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자는 의도에서다. 여성용품 매장 계산대 앞에서 S라고 쓰여진 카드를 꺼내는 장진영에게 차갑게 쏘아붙이듯 염정아가 묻는다. "S! M과 어떤 관계야?" 두 여자의 긴장감이 극에 달하면서 현대카드S가 여성을 위한 새로운 신용카드의 의미를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특히 이번 광고는 현대카드S라는 제품의 성별이 마치 남성인 것처럼 의인화해 다른 여자가 S카드를 잘 안다는 사실에 조바심을 내 신경전을 벌이는 컨셉트로 연출했다. 긴장감을 더욱 살리기 위해 CF의 상당부분을 음향효과 전혀 없이 현장음으로만 처리한 것도 특이하다. 현대카드가 이처럼 과감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는 데는 오너 경영자인 정태영 사장의 마케팅에 대한 남다른 감각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대다수 업계의 평가다. 현대카드의 메인 카드라고 할 수 있는 현대카드M 출시 당시 연간 수백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적이 있다. 경쟁업체들로부터 무모하다는 얘기까지 들었던 이같은 마케팅은 사실 '새 브랜드가 시장에 안착하려면 출시 초기에 물량 공세를 퍼부어야 한다'는 원론에 충실한 전략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고경영자(CEO)가 이처럼 뚝심 있게 밀어붙인 데 힘입어 현대카드M의 경우 지난 8월 출시된 지 1년만에 회원수 1백만명을 넘어서는 등 돌풍을 불러일으켰었다. 지난 9월 현대백화점 고객을 타깃으로 첫선을 보인 현대카드S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