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아들까지 연루된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유엔 `석유-식량 프로그램' 비리의혹을 계기로 미국의 보수파정치인들과 일부 언론이 아난 총장의 퇴진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침묵하고 있던진보ㆍ중도 성향 언론은 그를 옹호하고 나섰다. 뉴욕 타임스는 5일 사설을 통해 `석유-식량 프로그램'을 둘러싼 의혹을 규명할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날로 가열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이나 아난 총장에 대한 공격은 이라크가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이 수년간 알면서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교역에 의해 더 많은 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을 간과토록 할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구체적으로 미국의 우방인 터키, 요르단과 시리아 등이 이와 같은 불법교역의 주된 대상이었다고 설명하고 "미국은 대(對)이라크 경제 제재로 고통받던 터키, 요르단에 대한 일종의 `보상'으로 불법 교역을 알면서도 눈감아 줬다"고 주장했다. 타임스 사설은 "유엔 제재하의 이라크가 식량 등 인도적 물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 `석유-식량 프로그램'은 주된 목적을 달성했다는 것이 거의 모든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라면서 "그러나 애시당초 이라크는 유엔 제재를 회피하는 길을발견했고 미국도 때로는 이를 묵시적으로 용인했다"고 밝혔다. 사설은 "유엔 관료조직은 `석유-식량 프로그램'의 테두리를 벗어난 불법 석유수출이나 무기 거래를 막을 힘이 없었고 안보리의 제재를 집행할 책임은 미국을 비롯한 이사국들에 있다"면서 미국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아난 총장의 아들 코조 아난이 이 프로그램 계약업체로부터 수상쩍은 돈을 받아온 의혹과 관련해 사설은 "아난 총장의 역할에는 논란이 있지만 후세인의 불법 자금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면서 "아직은 아난 총장의 사임을 촉구하기에는 이르다"고 주장했다. 뉴스위크의 국제문제 전문가이며 칼럼니스트인 파리드 자카리아도 최근호(12월13일자) 칼럼을 통해 비슷한 논지를 폈다. 자카리아 칼럼니스트는 "`석유-식량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은 미국과 영국이 아니었던가"고 묻고 "그들이야말로 후세인이 교역 상대와 은행, 컨설턴트를 지정할 수있도록 한 규정을 만들었고 이 프로그램에 의한 거래 하나하나를 심사해 승인해준주역들"이라고 밝혔다. 자카리아 칼럼니스트는 "후세인의 주된 수입은 사실상 밀거래에서 나왔으며 이를 막을 책임은 유엔이 아니라 이 지역에서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 미국과 영국에있었다"고 주장하고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의 무기거래에만 신경을 썼을 뿐 부패 문제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자카리아 칼럼니스트는 "아난 총장은 역사상 가장 개혁적인 유엔 사무총장이지만 훨씬 더 많은 일을, 그것도 시급히 해내야 한다"면서 "미국은 국외자의 입장에서유엔의 곤경을 즐기고 있을 것이 아니라 유엔이 개혁을 성취할 수 있도록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