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울진 남동쪽 바다에서 발견된 '동해-1' 해저 가스전이 5일 울산 석유공사 육상기지에서 이해찬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 순수 국내 자본과 기술로 개발된 '동해-1' 가스전의 상업 생산은 64년 국내 대륙붕 탐사를 처음 시작한 지 40년 만에 거둔 성과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95번째로 산유국 대열에 진입하는 첫 걸음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국제 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나들며 국가 경제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해-1' 가스전의 상업 생산은 '에너지 주권 확보'라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LNG 하루 1천톤 공급 '동해-1' 가스전 생산기지는 울산 앞바다 남동쪽으로 58km 떨어진 배타적경제수역 내 수심 1백50m 해상에 위치한다. 3개의 생산정을 통해 2천7백∼3천m 깊이에서 끌어올려진 가스는 생산기지에서 가스 컨덴세이트(초경질유) 등으로 분리되는 1차 처리과정을 거친다. 생산기지는 현대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이 턴키 방식으로 공사를 맡아 2001년 7월 착공했으며 높이 해발 93m,폭 50m로 데크 면적은 3백80평이다. 이어 해저 파이프라인(직경 36cm,길이 68km)을 통해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산읍 학남리 육상기지(2만평 규모)로 보내진 뒤 이곳에서 2차 처리과정을 거쳐 하루에 액화천연가스(LNG) 1천톤과 초경질유 1백10톤을 각각 생산하게 된다. LNG는 가스공사의 배관망을 통해 울산지역 가정에 도시가스 등으로 공급되고,경질유는 S-Oil의 컨덴세이트 배관망을 통해 온산공단 등으로 보내진다. ◆12억달러 수입대체 효과 '동해-1' 가스전은 98년 7월 석유공사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이후 1년여에 걸친 평가과정을 통해 경제성이 입증됐다. 현재 확인된 가스 매장량은 2천5백억입방피트로 LNG로 환산하면 약 5백만톤에 달한다. 석유공사는 오는 2018년까지 향후 15년간 울산·경남지역에 매년 40만톤을 생산·공급할 예정이다. 40만톤은 34만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하는 도시가스 규모와 맞먹으며,국내 천연가스 연간 소비량의 2.2%에 해당한다. 석유공사는 가스전 개발이익이 3억5천만달러(매출수익 17억1천만달러-개발비 13억6천만달러),가스 수입대체액은 1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동해-1' 가스전의 총 생산효과는 4조3백38억원,부가가치 창출 규모는 1조8천9백51억원에 이른다. 또 울산 육상기지의 신규 고용 등을 포함,총 3만4천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자원 개발 위상 강화 이같은 경제적 효과 외에도 자원개발 분야에서 국내 기술력을 입증,해외 석유개발 프로젝트 참여시 협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동해-1' 가스전의 보이지 않는 수확이다. 특히 셸 등 세계 굴지 석유 메이저들이 뛰어들어 실패한 국내 대륙붕 자원의 탐사·개발·생산을 모두 성공시킨 점은 해외 자원개발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동해-1' 가스전 상업생산으로 국내 대륙붕의 석유 매장 가능성이 확인됨에 따라 국내 대륙붕 탐사 및 개발 분야에 외국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 현재 국내 대륙붕의 자원탐사 면적은 총 30만㎢로 중국과 일본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이억수 석유공사 사장은 "동해-1 가스전은 한국을 명실상부한 산유국 대열에 동참하게 만든 쾌거"라며 "가스전 개발에서 축적된 기술노하우를 바탕으로 원유 자급률 10% 달성을 위한 해외 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