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오프닝) 외국인들의 주식 처분이 어제까지 13일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장기간 순매도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인데요. 취재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짚어 보겠습니다. 보도본부의 박 재성 기자가… (앵커)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가 이제 13일째 이르고 있는데요. 최근 들어서는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요? (기자) 외국인들이 지난 8일부터 26일까지 13일 거래일 동안 연일 주식을 처분하면서 순매도 규모가 1조 8천억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달 들어 종합주가지수가 885선에서 거의 정점을 이루고 내려오던 시기와 일치하는데요. 삼성전자 자사주 취득 등과 맞물려 IT 종목 중심의 순매도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철강 등 소재주, 은행 등 금융주로도 매도 종목이 늘어나고 있는 추셉니다. 외국인 순매도 13일은 역대 4번째 기록인데요. 가장 길었던 것이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97년 10월 4일에서 11월 1일까지 25 거래일, 그 다음이 대우사태 무렵이겠죠. 98년 6월 1일에서~6월 26일까지 21일 거래일, 그리고 그 다음이 역시 97년 11월 5일에서 21일까지 15 거래일입니다. 최근 들어서는 외국인이 이렇게 줄곧 주식을 내다 판 적이 없으니까요. 상당히 이례적이고요. 규모면에서 보더라도 올해 4월 말에서 5월 초 단기간에 2조 6천억원 순매도한 데 이어 사상 두번째 기록입니다. (앵커) 매도 일수면에서도 기록적이고 매도 규모면에서도 상당한 편이로군요. 이처럼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끊이지 않고 있는 배경은 무엇입니까? (기자)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국제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분산 투자를 할 때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 모건스탠리에서 발표하는 MSCI 지수인데요. MSCI 지수에서 한국과 경합하고 있는 대만의 투자 비중을 늘렸습니다. 이 때문에 외국인이 한국 주식 비중을 줄이고 대만 비중을 늘리고 있는 탓이라고 설명되고 있고요. 또, 최근까지 외국인이 월별로는 18개월째 한국 시장을 사 왔기 때문에 분산 투자 차원에서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4월 같은 경우는 차이나 쇼크 가능성 때문에 지수를 거의 수직으로 떨어뜨리며 외국인이 셀 코리아에 나섰지만 지금은 매도세가 상당히 완만한 것은 이전과 다른 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인데요. 외국계 증권사들이 앞다퉈 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씨티그룹 스미스바니 같은 곳에서는 경기 선행 지표 등을 따져 볼 때 한국 증시가 연말 750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서둘러 주식을 팔라고 권고하고 있고요. CSFB 증권은 중국 경제 연착륙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한국 증시의 하락세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경기 하강과 수출 채산성 악화를 반영하는 것… 이런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도 중국이 금리 인상을 머뭇거리면 경기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의 성장률이 4%를 밑돌 수도 있다… 이렇게 보고 있고요. ABN 암로도 고유가, 수출 부진,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주가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이렇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UBS 증권만이 “가치 대비 저평가”를 지적하고 상승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는 처집니다. (앵커) 외국계 증권사들의 시각이 그야말로 싸늘하게 변했군요. 이렇게 시장을 나쁘게 보는 배경은 무엇입니까? (기자) 가장 큰 요인으로는 정책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합니다. 행정수도 이전 결정 위헌 판결 이후 정책의 리더십이 훼손되고 있다는 데 우려하고 있는 것 같고요. 이 때문에 경기 전망 악화가 거듭 지적되고 있지만 이를 순조롭게 풀어 나갈 수 있을지 의구심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경기전망에 대해서도 어제 국책 연구기관인 KDI가 “경기의 본격 하강 가능성”을 지적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KDI는 “생산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재고 증가세는 소폭 확대돼 지난 해 3/4분기 이후 경기 확장 국면이 마무리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민간 소비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수출 급증세마저 둔화돼 제조업 경기가 점진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IT 이외에 건설 경기 급락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와 맞물려 연구기관들도 내년 성장률을 올해보다는 썩 낮게 보고 있는 추센데요. 대부분 잠재 성장률 5%를 밑도는 수준이고 삼성경제연구소는 3.7%까지 전망하고 있습니다. (앵커) 정책 리스크에다 경기 전망도 좋지 않다… 이런 것들이 이유로군요. 하지만… 시장만 놓고 본다면 낙폭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은데요. 연말이면 배당 투자 등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기자) 외국인 매도에도 시장을 방어해 온 것이 연기금 매수였는데요. 연기금 매수도 최근 들어서는 좀 주춤한 편이고요. 말씀하신 기관이나 연기금의 연말 배당을 노린 주식 매입… 이것을 염두에 둘 수 있겠는데요. 최근 선물 가격이 급락하다보니까 기관이나 연기금들이 주식을 팔고 선물로 갈아타고 있는 추셉니다. 이들이 생각하는 것은 적어도 미국 대선 이전까지는 시장이 선뜻 오름세를 보이기 힘들다는 것 같고요. 그래서 그 때까지는 가격이 떨어진 선물을 사놓고 있다가, 대선 이후 시장이 반전하면 그 때 주식으로 갈아타서 연말까지 배당 투자를 노린다… 이런 전략인 듯합니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선뜻 기관 매수세도 들어오지 않고 있고요. 외국인 매도를 막아 줄 힘이 없기 때문에 시장의 수급이 취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재성기자 js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