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등급제 논란으로 촉발된 대입제도를 둘러싼 대학 교원단체 교육당국간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들어 전문가들은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학입시에서 손을 떼고 대학에 최대한 자율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생 선발권 등 대학 고유의 권한마저 교육부에서 좌지우지한다면 우리 대학은 치열해지고 있는 국제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본고사 금지 등 이른바 3불(不)정책을 과감히 재검토해 대학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교평준화에 이어 대학평준화까지=대학교육협의회 박영식 회장은 "고교평준화 때문에 나라가 망했는데 대학까지 평준화 하려는 시도는 절대 안된다"며 "대학들의 입시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원호 한국교육상담연구원장도 "학교별 등급제는 금지하더라도 변별력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전형방법을 전문화해 학교별로 특성화가 가능하도록 대학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이것이 자신 없다면 수능시험 성적을 기준으로 아예 교육부에서 일률적으로 지원학과를 신청 받아 배정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고 교육부를 비난했다. 오성삼 건국대부속고등학교 교장 역시 "국내 모든 고교들이 정형화된 교육과정을 가졌다는 것을 고려하면 교육부가 내놓은 수능의 변별력 약화를 통한 새로운 대입전형제도의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교육부가 바라는 대학입시제도는 이상론에 불구하다"고 밝혔다. 교사들도 대학에 자율권을 좀더 줘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경기도 안양 백영고의 문숭봉 교사는 "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를 금지하는 3불정책도 좋지만 대학의 자율권을 지나치게 제한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최근 서울대 국감에서 "이제 정치권이 3불정책에 대해 과감하게 재검토할 때"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쟁력 중심의 대입제도는 세계적 추세=대입제도에 대한 세계적인 추세도 대학에 자율성을 확보해 주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 영국의 유력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을 대표하는 옥스퍼드,케임브리지대가 하버드대 등 미국 주요 대학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 이유가 교육부의 지나친 간섭 탓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모두 대학에 갈 수 있어야 하며 모든 대학은 동등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평등주의 교육관을 갖고 영국 정부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 실력이 낮은 공립학교 학생을 많이 뽑으라고 압력을 준 것이 영국 대학의 경쟁력 약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가장 국가주도적인 대입제도를 가진 나라로 학생을 대학에 배분하는 정책을 펴온 독일 역시 최근 10개의 엘리트대학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사회적 교육기회의 평등도 좋지만 이 같은 제도 아래에서는 교육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교육정책을 바꾼 것이다. 다카야스 오쿠시마 전 와세다대 총장은 "국립대는 몰라도 사립대에 대해서까지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학생선발 방식 등 대학의 고유기능은 대학 자율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대학의 발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