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8일,당초 시장의 기대와 달리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소신있게 콜금리를 동결한 지도 열흘이 지났다. 시기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아직은 이르지만 콜금리 동결조치 이후 재테크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뚜렷한 변화는 '머니 게임'이 줄어들면서 채권값,주가 등 각종 가격변수에 낀 거품이 해소되는 현상이다. 가장 투기현상이 심했던 채권시장은 안정되고 있다. 한때 콜금리 수준 밑으로 떨어졌던 국고채 3년만기 수익률은 이제는 콜금리 수준 이상으로 회복됐다. 시장금리간의 수익률 곡선도 '단고장저'에서 '단저장고'로 정상을 되찾았다. 아직까지 장단기간의 금리차가 적어 불안요인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같은 현상은 콜금리 동결조치에 따른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된다. 또 시장에 끌려가던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의 주도권을 되찾은 것도 최소한 주무부서로서는 커다란 성과로 꼽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가도 증시기초여건(fundamentals)으로의 수렴현상이 뚜렷하다. 지난달 중순 이후 콜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이유없는 상승세를 보였으나 콜금리 동결 이후 불투명한 경기와 기업실적 부진,고유가 요인이 부각되면서 조정국면을 맞고 있다. 앞으로 연기금의 주식매입 확대,적립식 펀드의 인기 등을 감안하면 주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나 갈수록 부진한 증시기초 여건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국면은 강남권에 이어 비강남권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대신 콜금리 동결 조치 이후 시중자금의 단기화 현상은 재연되고 있다. 종전과 다른 것은 이번에는 현금보유가 많은 대기업 자금까지 몰리면서 단기화 현상이 짧은 시일 내에 심해지고 있는 점이다. 대표적인 단기상품인 투신권의 머니마켓펀드(MMF)에는 콜금리 동결 이후 하루에 많게는 1조원이 유입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예금(MMDA)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콜금리 동결 이후 재연되고 있는 이같은 시중자금의 단기화 현상은 실물부문에서 빠른 시일내에 얼마만큼의 시중자금을 흡수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은 우리 경기가 회복돼야 근본적으로 풀릴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으로서는 시중자금의 단기화 현상은 오히려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내 경기전망이 갈수록 하향 조정되고 있고 정책적으로도 해외로의 자금이동 뿐만 아니라 대내적으로도 대규모 자금이동을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전제되지 않는 한 경기부양을 위해 콜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와 실제로 콜금리를 인하해 주가 및 채권값이 다시 상승한다 하더라도 단순한 '머니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재테크 생활자들은 이 점에 유념해 재테크에 임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