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중국내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차가 오는 18일로 `두 돌'을 맞는다. 지난 2002년 4월과 5월 현대차와 베이징기차간 전략적 합작협의서, 합자계약서체결의 결실로 태어난 베이징현대차는 중국 국무원의 정식 비준을 거쳐 같은 해 10월 18일 출범 현판식을 갖고 현지 공략에 닻을 올렸다. 양사가 50대50으로 출자한 베이징현대차는 최단기간 10만대 현지 생산.판매 신기록을 수립하는 등 상승가도를 달리며 현대차그룹의 중국 공략의 `첨병'으로 떠올랐다. 베이징현대차의 조기 `안착'으로 중국에서 우뚝 선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다임러와의 결별 이후 중국 지주회사 설립, 상용차 합작공장 건설 등 `히든카드'를 잇따라 꺼내들며 세계 최대 격전지인 중국시장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08년 100만대(현대 60만대, 기아 40만대) 생산체제를 조기에 구축, 중국을 2010년 `글로벌 톱5' 도약을 위한 핵심기지로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베이징현대차 출범 2주년 직후인 다음달초에는 중국 지주회사도 본격적으로 가동, 자동차 부문을 포함한 그룹내 전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 극대화 작업에도 탄력이붙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갈수록 치열해지는 메이커간 경쟁과 현대.기아차간 차별화 성공 여부 등도전도 적지 않다. ◆베이징현대차 `초스피드 성장' = 베이징현대차는 2002년 12월 23일 쏘나타 1호 출고행사를 가진데 이어 꼭 1년만인 지난해 12월23일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의현지 생산에 착수, 현재 이 두 모델을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 특성에 맞게 내.외관과 성능 등을 개조한 아반떼의 현지화 전략이 성공을 거두면서 베이징현대차는 지난 5월과 6월 현지 메이커로는 최단 기간인중국 진출후 17,18개월만에 각각 생산.판매 누계 10만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아반떼는 지난 6월과 9월 폴크스바겐 싼타나, GM 액셀르, 도요타 코롤라 등을제치고 동급(1천500-2천cc미만)내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고 아반떼의 선전에힘입어 베이징현대차의 월 판매대수는 지난 4월 이후 계속 1만대를 넘어서고 있다. 베이징현대차는 올 현지 판매목표를 당초 13만대에서 15만대로 상향조정했으며올 1-9월 판매누계는 대략 9만4천112대로 작년 연간실적(5만2천128대)을 이미 훌쩍뛰어넘었다. 앞서 현대차는 베이징현대차가 본격 가동 첫 해인 지난해 약 1억5천만달러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5천만달러 가량의 배당을 받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02년 현지 양산준비를 위해 10월부터 3개월 내내 24시간 2교대 풀가동강행군을 계속한 것을 비롯, 높은 생산성과 추진력으로 베이징현대차 안팎에 `현대 속도'(現代 速度)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지난 6월 베이징 모터쇼 기간에는 베이징 시내 주요 도로의 하나인 `삼환로' 번화가 구간 5㎞를 현대차 광고가 메워 베이징현대차의 위상을 실감케 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중국 당서열 2위인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 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등 중국 최고위급과 정몽구회장간 끈끈한 친분으로 베이징 현대차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2008년 60만대 체제 향해 `Go, Go' =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의 중국내 100만대(현대 60만대.기아40만대) 구축 시점을 2010년에서 2008년으로 앞당겼다. 이에 따라 베이징현대차는 현재 연산 15만대의 1공장을 2005년 9월까지 30만대규모로 증설하는 한편 6억달러를 추가 투입, 2006년말까지 2공장(30만대 규모) 건설을 완료해 2007년부터 명실공히 60만대 체제를 갖추게 된다. 올 12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투싼이 중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디는 것을비롯, 내년 10월 신차 `쏘나타', 2006년 5월 베르나 후속 `MC' 등 신규 차종도 줄줄이 투입된다. 쏘나타는 중국시장 선점을 위해 당초 계획보다 출시시기가 1년 앞당겨졌다. 베이징현대차는 매년 1개 이상의 신차를 출시, 2007-2008년께 풀라인업을 구축해 2010년께 현지 시장점유율을 현 6.6%에서 2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베이징 현대차는 인도 공장의 선례에 이어 기존의 내수 위주에서 벗어나 향후 부품 수출 전진기지로도 육성될 전망이다. 올해부터 CKD(현지조립형 반제품) 방식으로 러시아, 인도, 말레이시아 등 신흥개발 도상국에 부품을 수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해 장기적으로는 중국발(發) 완성차수출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태다. 베이징현대차의 `약진'에 발맞춰 기아차의 현지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차도 총 6억4천487만달러(약 7천550억원)를 투입, 다음달 중순께 연산 30만대의 제2공장의 첫삽을 뜬다. 제2공장이 완공되는 2006년 둥펑위에다 기아차의 현지 생산규모는 현 13만대에서 43만대 수준으로 높아져 베이징현대차와 합해 100만대 규모를 완성하게 된다. ◆지주회사 내달 초 출범..그룹차원 공략 가속화 = 현대차그룹은 최대 격전장인중국 시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국내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다음달 초중국내 그룹 계열사의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지주회사를 공식 출범시킨다. 이 지주회사는 현대.기아차의 현지 생산 차종 조정 및 판매 등 자동차 관련 업무를 비롯, 현대모비스, INI스틸, 하이스코 등 그동안 `각개격파'식 전략을 구사해온 중국내 15개 계열사 전체의 업무를 총괄 조정한다. 현대차그룹은 장기적으로 지주회사 밑에 현대캐피탈의 현지법인도 설립,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할부금융을 통한 현지 판매 강화에도 나선다는 복안이다. 지주회사 동사장(회장)에는 설영흥 중국 담당 부회장이, 총경리(사장)에는 정진태 기아차 전무가 내정됐다.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카드'는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 극대화 못지 않게 지난5월 다임러와의 전략적 제휴 이후 중국 시장 독자 공략을 위한 공격적 행보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베이징 시내 지하 3층, 지상 22층의 밀레니엄 타워를 인수해신사옥을 마련, 지주회사를 비롯한 각 계열사의 현지법인의 총본산으로 활용할 계획으로, 지주회사 출범식에 맞춰 신사옥 오프닝 행사도 갖는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내 상용차 합작공장 설립계획도 발표, 향후 중국내 상용차 수요의 폭발적 증가에 대비해 다임러와의 상용차 합작 결렬에 따른 독자생존에도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현대차는 지앙화이기차(江淮汽車)와 제휴, 2010년까지 안후이(安徽)성에 총 15만대(소형 승합차용 엔진 5만대, 중소형 및 대형 트럭 9만대, 버스 1만대)의 상용차합작 공장을 세울 방침이다. ◆도전과 과제 = 중국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난 4월말현지에서 과열억제 정책이 발효된데다 글로벌 메이커들이 앞다퉈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어 향후 상황은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다. 베이징기차와의 합작 생산으로 중국 진출을 본격화하는 다임러와 `적수'로 다시만나야 하는 등 독자생존으로 빅 메이커들을 제쳐야 하는 상황이다. 메이커간 경쟁격화로 각 업체간 출혈 마케팅도 가열되면서 베이징현대차도 올 3월 쏘나타의 현지 판매가격을 5% 인하한데 이어 지난달부터는 쏘나타와 아반떼 가격을 추가로 5%씩 내리는 등 수익성 악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이 치열한 생존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히트 차종 양산과 인지도 제고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베이징현대차가 단기간에 급성장을 이뤘다고는 하지만 지난 6월 중국내 최대 생산.판매를 자랑하는 폴크스바겐에 `2008년 베이징올림픽' 후원권을 빼앗긴 선례는아직도 현대차의 현지 브랜드 파워가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베이징현대차는 베이징 올림픽 택시 표준안 확정을 앞두고 총력전을 벌이며 `승부수'를 띄우고 있지만 이번 역시 폴크스바겐에 밀릴 경우 당장 쏘나타의 현지 판매에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아반떼와 달리 쏘나타는 올들어 1-9월 2만9천여대 현지 판매로 연간 목표(7만대)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베이징현대차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경우도 환경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미래차 부문에서도 현대차는 후발주자로서의 한계를 안을 수 밖에 없다. 미래차 부문의 개척자인 도요타만 하더라도 내년부터 중국측 제휴업체인 FAW 그룹을 통해 중국내 합작 공장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전량 현지 내수용으로 생산키로하는 등 이미 중국 하이브리드 시장에 대한 대비에 나선 상태다. 현대.기아차간 차별화 전략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기아차가 올 하반기 쏘나타와 맞붙을 수 있는 중형차급의 옵티마를 내놓은데 이어 향후 양사의 생산차종 다양화에 따라 차급이 서로 겹칠 수 밖에 없어 차별화를통한 시너지 효과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모델간 `간섭 효과'가 불가피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시장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베이징현대차의 조기 성공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략에 있어 매우 고무적"이라며 "지주회사 출범으로 보다 체계적인 공략작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 hanksong@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