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2일8박9일간에 걸친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참석과 인도.베트남 국빈방문 일정을모두 마감한다. 이번 순방은 서.동남아 핵심국가를 찾아 IT(기술정보)를 앞세운 `세일즈외교'를강화하고,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신시장 개척을 통해 우리 외교의지평을 한층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성장하는 거인 인도,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 베트남은 세계 주요시장으로 부상하고 있고, ASEM 신규회원국이 된 헝가리, 폴란드, 체크, 에스토니아 등 동구국가들은개척해야 할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ASEM은 이번에 EU 신규가입 10개국에다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총 13개국을 정회원국으로 가입시켜 출범 8년만에 명실상부하게 아시아와 유럽을 포괄하는 협의체로 확대됐다. 노 대통령이 11일 결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질서는 밑변이 아주 가늘고 긴 이등변 삼각형 구조로서, 북미를 중심으로 유럽과 북미가 단단히 결합해있고, 미국을중심으로 미국과 태평양이 단단하게 연결돼 있다"며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가늘고길게 연결된 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유럽-아시아간 연결축' 강화를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을 감안한 것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이 이번에 ASEM의 38개 회원국-EU(유럽연합) 집행위, 중국.인도.베트남 등과 양자 또는 다자외교를 통해 한국의 역할과 위상을 재확인하고 EU 정상들과 개인적 친분을 튼 것은 평가받을 만한 대목이다. 노 대통령이 이번 ASEM을 통해 `개방형 통상국가' 선언을 통해 개방적인 자유무역국가의 이미지를 구축한 것은 경제.통상외교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이해돼야 한다는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지난 8일 하노이 국제회의장(ICC)에서 열린 제1차 정치분야 ASEM 정상회의에서 유엔 개혁과 문명간 대화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은 국가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유엔 안보리 개혁은 민주성과 지역 대표성이 반영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한 것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을 추진하는 일본과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추진중인 우리정부의 입장을 두루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러시아.카자흐스탄 방문에 이은 이번 순방을 통해 11,12월에도 계속될전방위 다자(多者) 경제.통상외교, 특히 대(對)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외교의 추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이 많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대한 ASEM 39개 회원국, 비동맹외교 기수인 인도 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고,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낸 것은 최대 성과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실제 노 대통령은 지난 9일 룩셈부르크 장 클로드 융커 총리와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 등 EU 정상과의 회담에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에대한 공약을 재확인하고 6자회담이 가능한 한 조속히 개최되길 희망한다는 공감대를이뤄냈다. 노 대통령은 `평화적 핵이용 4원칙'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설명했고, 급기야 EU측으로부터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유념하고, 한국이 계속해서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협력해 나가는 것을 평가한다"는 공식 반응을 이끌어 냈다. 특히 EU와 베트남 정상을 만난 자리에서는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양측의 역할을 주문,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에의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데도 노력을 경주했다. 다만 경제계에서는 노 대통령이 이번 순방을 통해 기업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을 더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우리 경제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이 곧 국가"(러시아방문), "국가대표는 대통령이 아니라 기업의 상품인 것 같다"(인도) "너무 잘해서외국기업들의 미움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등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노 대통령이 이번 순방외교를 통해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귀국 후 국내정치에어떻게 접목시킬지 벌써부터 주목을 끌고 있다. (하노이.호치민=연합뉴스) 조복래 김범현기자 cbr@yna.co.kr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