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친일진상규명 특별법이 23일 발효될 예정이지만, 한동안 실효성을 갖지 못하는 `무기력한' 법안으로 방치될전망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특별법을 시행해 보지도 않고 국회 행정자치위에친일진상규명 특별법의 개정안을 각각 내놓고 있는 상태여서, 특별법은 발효는 되지만 실제로 행사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공포 6개월 후 발효 규정에 따라 23일부터 일단 법적효력을 갖게 되는 친일진상규명법은 대통령 소속 기구로 3년간 활동할 친일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일본군 중좌(현 중령) 이상, 고등문관 이상, 헌병 분대장 이상, 경찰간부 등을 대상으로 친일행위를 조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16대 국회말 `여소야대(與小野大)' 의석분포 하에서 통과된 이 법이 조사 범위가 축소되는 등 입법취지가 크게 훼손됐다며 17대 국회 초반부터 `발효전 개정'을 추진해 왔다. 특히 지난 8월부터는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법안 발효일인 23일본회의에서 조사대상을 일본군 소위 이상으로 확대하고 조사위원회의 활동기간을 5년으로 늘리는 것 등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지난 13일 국회 행자위에 대안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여당의개정안 처리를 강력 저지하고 나섬에 따라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절차는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끝나는 내달 23일 이후로 순연된 상태이다. 이에 따라 친일진상규명법은 23일 발효되더라도 국회내에서 개정 논의가 끝날때까지 조사위원회 구성 등 실질적인 시행 작업이 중단돼 법률로서의 기능을 할 수없는 `식물법안' 상태에 놓이게 됐다. 여야는 국감 이후에도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을 놓고 상당기간 논란을 벌일 전망이고, 정기국회 회기중 통과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법안은 상당기간 먼지를뒤집어 쓸 `운명'에 처해있다. 법사위 소속인 우리당 양승조(梁承晁) 의원은 "3월에 제정된 법이 내일부터 시행되지만, 우리당은 가능하면 개정된 법으로 시행하고자 한다"며 "소관 상임위를 통과해서 법사위와 본회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내일까지는 어차피 (개정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사견을 전제로 "한나라당이 (조사대상) 범위를 넓힌 개정안을 낸 만큼 여야가 절충점을 찾아 합의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