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학교 내 이슬람 머리스카프(히잡) 착용 금지 철회를 요구하며 프랑스 기자 2명을 납치한 무장단체 `이라크이슬람군'은 자신들의 요구 수용 시한을 31일로 24시간 연장했다고 아랍 위성방송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이라크 이슬람군은 알-자지라에 전달한 성명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프랑스 정부와 국민에 전달할 시간을 달라는 인질들의 요청에 따라 최후 통첩 시한을 하루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크리스티앙 세스노(37)와 조르주 말브뤼노(41) 등 이라크 이슬람군에납치된 프랑스 기자 2명은 이날 자신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무장단체의 요구를 들어줄 것을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 촉구했다.

알-자지라가 보도한 화면에 따르면 수염이 텁수룩한 세스노와 말브뤼노는 작은창이 있는 회색 흙집 벽 아래 함께 앉아 이같이 요구했다.

검은색 옷을 입은 세스노는 "나는 시라크 대통령과 프랑스 정부가 공공 학교에서의 히잡 착용 금지 조치를 철회해 이슬람 세계에 선의를 보여주기 바란다"면서 "그렇지 못하면 우리 목숨이 희생될 것이며, 이는 시간 아니 분을 다투는 문제"라고절박함을 호소했다.

그는 또 "이번 히잡 금지 조치는 옳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프랑스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말브뤼노도 "우리들의 목숨이 현재 경각에 달려 있다"면서 "국민 여러분이 히잡착용 허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주길 바란다"고 영어로 말했다.

알-자지라는 앞서 28일 이들을 납치한 무장단체 `이라크 이슬람군'이 48시간 안에 이슬람 머리스카프 착용 금지를 풀어줄 것을 요구하는 모습을 내보냈으나, 인질살해 위협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세스노와 말브뤼노 등 두 피랍 언론인의 모습은 프랑스가 납치범들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을 방침임을 천명한 데 이어 미셸 바르니에 외무장관이 사태의 외교적 수습을 위해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한 지 수 시간 만에 방영됐다.

바르니에 장관은 "프랑스는 모든 종교와 인권을 존중하고 있다"면서 "프랑스 내이슬람 지도자들도 피랍 언론인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으며, 아랍 지도자들도 납치사태를 규탄하고 있다"고 조속한 인질 석방을 촉구했다.

오는 1일 일선 학교 개학과 함께 실행에 들어가는 `눈에 띄는' 종교 의상 착용금지 조치는 이슬람 머리수건과 챙이 없는 유대인 모자, 너무 큰 십자가 등 종교 상징물들의 착용을 금하고 있으나, 이슬람 교도들은 당국의 진짜 단속 대상은 자신들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수니파의 한 지도자는 이날 알-자지라에 출연, "프랑스 언론인 인질을 살해하는 것은 조국을 점령한 적들에게만 이로울 것"이라며 즉각적 석방을 요구했다.

(바그다드.테헤란.도하 AP.AFP.로이터=연합뉴스) j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