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웠던 올해 노동계의 하투(夏鬪)가 장기간 지속된 서울대병원 노사분규 타결과 서울지하철, 도시철도 노조의 파업 철회로 사실상 마무리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민간사업장의 마지막 최대 격전지로 꼽혀온 LG칼텍스정유도 노조원들이 속속 생산현장에 복귀하며 점차 정상을 되찾고 있어 위험한 고비는 넘긴 상태다.

◆ 하투 막바지 국면 =전체 협상타결률이 아직 50% 안팎에 불과하지만 산별교섭을 벌이며 집중투쟁을 벌였던 택시와 금속, 보건의료노조가 대부분 교섭을 끝냈고 현대ㆍ기아차 등 대규모 민간사업장 노조들도 협상을 마무리했다.

서울 부산 인천 대구지하철과 서울도시철도 등 전국 5개 지하철노조는 지난 21일 오전 4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했으나 노조원의 반발 등으로 잇따라 협상을 타결하거나 파업을 철회했다.

인천지하철의 경우 조합원 내부정서 등을 감안해 파업 다음날인 22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안에 합의해 정상업무에 들어갔다.

궤도연대 총파업을 주도한 서울지하철공사(1∼4호선) 노조도 파업 사흘째인 지난 23일 일부 지회가 조직적으로 파업에서 이탈하고 집행부가 사퇴하는 내분을 겪다 결국 24일 오전 0시15분 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이 파업 철회를 선언, 정상화됐다.

이어 서울도시철도(5∼8호선) 노조도 노조위원장의 사퇴 표명과 번복 등 혼선을 빚다 24일 오후 조합원 총회를 갖고 파업철회를 선언했다.

부산 지하철도 이날 오후 재개한 노사협상에서 직원 2백18명 증원과 임금 3% 인상,교대 근무자 근무형태 변경 등에 잠정 합의했다.

병원 노사간 산별교섭이 타결된 뒤에도 파업을 계속했던 서울대병원 노조도 23일 병원측 최종안을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수용키로 결정, 파업이 44일 만에 끝났다.

LG칼텍스정유 등 일부 단위사업장 노조가 여전히 파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노동계 실세 사업장들의 파업이 끝남에 따라 하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 잘못된 교섭관행 설땅 잃어 =올해 노사교섭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노조의 무분별한 투쟁은 설땅이 점차 없어진다는 점이다.

서울지하철의 경우 노조집행부가 다소 무리한 요구를 협상안으로 제시하며 파업을 벌이자 많은 조합원들이 이에 반발해 파업대열에서 이탈, 결국 노조지도부가 파업을 철회해야 하는 수모를 겪었다.

인천지하철도 파업을 주도한 지도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지지가 급강하하면서 인천지노위의 조정안을 받아들이는 고육책을 썼다.

이제 무리한 요구를 내걸며 파업을 벌이는 과거의 협상관행은 조합원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

또한 고임금의 '부자노조'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 파업을 벌이는 후진적 관행은 아직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생산직 노조원들의 평균 연봉이 7천만원에 육박하는 LG칼텍스정유 노조원들의 파업은 내몫만 챙기겠다는 집단이기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란 비난이 일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