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방문한 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의장등 지도부가 23일 시민단체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집중 포격을 받았다.

신 의장은 이날 이 지역 시민단체 대표 10여명을 만나 "광주는 참여정부와 우리당의 정신적 모태"라며 애정을 표시했지만, 참석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한 참석자는 이라크 추가파병에 대한 질의 과정에서 "신 의장이 미국에 가서 충성맹세를 하고 왔다"고 말하는 등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나머지 참석자들도 "총선 이후 인사와 정책에서 호남이 차별받고 있다"며 `호남소외론'을 제기하면서 당 지도부뿐 아니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도 불만을 표출했다.

김재석 광주 경실련 사무처장은 "호남 민심은 우리당을 떠나기 시작한게 아니라이미 떠났다"며 "문제의 핵심은 참여정부의 인사문제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호남이)전부 배제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또 "국가 균형발전 전략은 결국 영남발전 전략을 의미할 뿐이고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기자들을 동원해 언론플레이하지 말고 실질적인 민심을듣고 가라"고 주문했다.

박경린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본부장도 "우리당이 선거가 끝나고 너무 오만해졌다"며 "시민들의 마음이 떠나가고 있는데 정부는 정말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김창수 광주전남 녹색연합 공동대표는 "우리들이 노 대통령과 우리당을 지지한것은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소신있게 발언하고, 책임을 질 것이라고 생각했기때문"이라며 "지금은 노 대통령과 우리당이 초심을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참여정부는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지켜야 차별성을 갖는 것"이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광주전남시도통합추진위원회 오종석씨는 "힘있는 정부부처에서 호남 사람들이물러가고 모두 영남사람뿐"이라며 "광주를 잘살게 해주겠다고 거짓말을 한 이 지역국회의원을 갈고 싶다"고 말했다.

오씨는 또 "이 지역에서 우리당 지지율이 20%는 커녕 12%만 되도 다행일 것이고,이대로 가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한다"라고 말했다가, 신 의장과 동석한 강기정(姜琪正) 의원과 얼굴을 붉히고 언쟁을 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참석자들은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면 호남지역이 더 소외된다'며 신행정수도 건설을 비판하는 등 이라크 추가파병, 부안 핵폐기장 등 여권의 주요 정책마다 모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신 의장은 "광주의 민심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있었지만 듣고 보니까 다시 새롭게 느껴진다"며 "경상도에 가면 호남 정권이라고 손가락질받고 전라도에 가면 영남 정권이라는 소리를 듣는 등 가는 곳마다 얻어 맞지만, 호남에서 (우리를) 많이 밀어주셨으니까 아무리 얻어맞아도 싸다"고 수습을 시도했다.

(광주=연합뉴스) 고일환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