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사무처장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9일 남궁석(南宮晳) 처장이 국회 사무총장에 임명된 뒤로 보름 가까이 공백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신기남(辛基南) 의장은 당의 결속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정치적 역량과 명망을 갖춘 의원들을 상대로 의사를 타진하고 있으나 후보자들이 한사코 고사하고 있다고 22일 당 관계자가 전했다.

후보군에는 3선의 배기선(裵基善) 의원을 비롯, 재선의 원혜영(元惠榮) 박병석(朴炳錫) 의원,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의 문학진(文學振) 의원 등이 올라 있지만 당사자들은 "적임자가 아니다"며 손 사레를 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권부의 상징으로 통했던 집권당 사무총장 자리가 이처럼 매력을 잃은 것은 실무형으로 격이 다소 떨어진 데다 의원들 사이에 "일은 많고 욕만먹는 자리"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것과 무관치 않다.

지난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사무총장직을 맡았던 이상수(李相洙) 이재정(李在禎)전 의원의 현주소도 우리당 특유의 개인주의 성향과 맞물려 인선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참여정부 탄생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구태 정치인'으로 돼버린 현실에서 누가 돈 만지는 일을 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정이 이렇자 당지도부는 당헌.당규 개정시 사무처장을 사무총장으로 재승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으나 중앙당 슬림화 등 정당개혁에 역행한다는 비판론이 만만치 않아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복잡한 당사정도 사무처장 공백을 부채질하고 있다.
과거 1인 보스 체제 때와달리 중앙위원회가 당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고, 당도 원내와 이원화돼 사무처장의발언권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노조의 움직임도 인선에 또다른 걸림돌이다.
구성원 대부분이 `특채'로 들어온우리당 노조는 사무처에 대한 `낙하산 인사' 금지와 대통령 탄핵 당시 `만세'를 불렀던 한나라당 및 민주당 출신 보좌진 해고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당지도부와 각을세울 태세다.

이에 대해 최용규(崔龍圭) 의원은 "과거를 모두 들춰 공과를 연장시킨다면 국민수만큼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졸렬하기 그지없는 행태"라고 비판했고, 조성태(趙成台) 의원은 "우리당을 한정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위아래도 없이 할 말 다하는 이 판에 누가 오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