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선 < 메디포스트 사장 ysyang@medi-post.co.kr >

내가 실타래처럼 엉킨 마음을 풀어보고자 할 때 가끔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병원 소아암 병동이다.

회사 일과 관련해서 들르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무런 목적 없이 둘러보고 온다.

그곳에 가면 아이러니하게도 복잡하고 절망스럽던 감정들이 정리되면서 희망적으로 바뀌는 것을 종종 경험한다.

소아암 병동에 가면 오랜 병원 생활로 지친 어린 환자들과 그 아이들 곁을 24시간 떠나지 못하는 보호자가 있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듯 병동이 항상 어둡지만은 않다.

백혈병,뇌종양,골육종….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병에 걸린 아이들과 부모들이 모여 있으니 항상 눈물로 세월을 보내지 않을까 염려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얼굴도 부어 외모는 비슷비슷 보이지만 하나같이 맑고 예쁜 아이들이 모여 장난치고 웃는 소리가 들린다.

보호자들이 두런두런 재미있게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도 들린다.

처음 병동을 방문하는 사람에게는 사실 의외일 수 있는 풍경이다.

저렇게 힘든데 노래가 나올까,아이가 저 지경인데 어떻게 웃고 밥을 먹고 그토록 씩씩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모습이 생명을 아끼고 돌보는 절실한 마음에서 비롯됨을 이해하면 비로소 감동하고 위안받게 된다.

생명의 신비함과 소중함은 평소에는 간과되다가 생명이 위협받는 경험을 한 후에야 깨닫는 경우가 많다.

시인 김지하씨가 감옥에 있을 때 창살 콘크리트 사이에서 자라나는 풀 한 포기를 보고 커다란 감동과 희망을 느끼지 못했다면 "캄캄한 벼랑에 걸린 목숨에서도 생명만이 한 줄기 희망"이라고 풀어간 생명예찬의 시를 쓸 수 있었겠으며,평생을 생명운동에 바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에는 수만명의 소아암 환자가 있고 매년 1천명 이상이 새롭게 발병한다.

소아암은 성인암과 달리 완치율이 높기 때문에 치료만 잘 받으면 그들은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창창하다.

가까운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소아암 환자의 치료비를 국가가 전액 부담해 준다고 한다.

백혈병 등 소아암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인 조혈모세포이식을 위한 골수은행과 제대혈은행에 대한 지원도 국가가 나서서 한다.

그런데 국민소득 1만달러 이상인 한국에서는 아직도 치료비가 없어서,이식받을 조혈모세포를 구하지 못해서 포기하는 어린 생명들이 많으니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