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대한 개혁요구가 거세다.

글로벌시대에 장기적인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초등교육에서부터 대학입시, 대학교육에 이르기까지 인력양성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제경쟁 일선의 절박한 상황을 앞서 감지하고 있는 경제계로부터 솟아나오고 있다.

최근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이 각국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자국의 교육경쟁력을 평가해달라'는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한국은 세계 60개국 가운데 59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교육불신이 심각하다.

반면 현 정부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진보세력에선 사교육비 경감, 실업고 문제, 지방대 육성 등 교육의 사회적 공공성에 정부 재원이 집중돼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는게 현실이다.

한경 밀레니엄포럼은 8일 안병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초청해 이처럼 대립적인 시각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교육 전반에 대한 정책당국의 견해를 들어봤다.


<> 어윤대 고려대 총장 =세상은 글로벌화됐는데 교육행정은 변하지 않았다.

옥스퍼드 스탠퍼드 등과 공동학위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나 교육부 규정 때문에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지식을 창출하는 대학에 대한 지원은 미미하다.

미국은 대학 예산의 14%를 정부가 주는데 우리는 4%가 안 된다.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등록금도 못 올린다.

하버드대는 등록금을 연 3만달러 받는데 고려대는 5천달러 받으면 어떻게 첨단의 연구를 할 것인가.


<> 안병영 교육부총리 =규제를 줄이려고 애쓰고 있다.

올 초 각계 인사들로 대학자율화위원회를 구성해 실질적인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정부 예산 지원은 참담한 부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평균 국내총생산(GDP)의 1%를 대학에 투자하지만 우리는 0.43%에 그치고 있다.

이를 높이기 위해 고등교육재정지원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자원이 더 필요하다.

대학의 자원은 국고 지원금이나 기부금, 등록금인데 기여입학이 어렵다면 등록금 고시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올해부터 입학하는 학생에 대해 등록금 인상률을 미리 공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최소한 4년 내에 등록금을 50% 이상 올려줘야 한다.

또 산업으로서의 교육을 육성해달라.

중국을 보면 우리 교육과 의료는 산업화할 수 있다.

그러나 똑똑한 학생들이 의대에 가지만 동아시아에서 가장 탁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키울 수 있는가.

현재 아시아 10위권 내 비즈니스스쿨도 하나 없다.


<> 안 부총리 =등록금 인상은 공감하지만 고시제는 한국 현실에서 실천성이 없다.

기여입학제는 본인이 88년 연세대 교무처장을 할 때 개념화했던 문제다.

그 후에 장관을 하다보니까 몇몇 좋은 학교를 제외한 대부분 학교가 반대해 실현할 수가 없었다.

조금 더 가서 자연스럽게 수용될 수 있는 시점에서 좀 앞서서 하겠다.

산업으로서의 교육을 키우는 문제는 노력하겠다.


<> 현오석 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전교조는 교사의 권익을 보호하는 노동조합이다.

그런데 최근 전교조는 국가정책의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는데 교육부 입장은 무엇인가.

또 일선 학교의 경제 교육이 안되고 있다.

학생들은 기업의 목적이 이익의 사회환원이라고 답하는 등 시장경제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


<> 안 부총리 =전교조는 9만명의 교원을 거느린 합법단체다.

평등주의적 사고가 강하고 행동도 강력해 상대하기가 힘겹지만 합법적인 단체이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

교육의 바른 길을 모색하는 안에서 협의하겠지만 좌지우지되지는 않겠다.

경제교육은 지난해 교과서에 반기업적인 내용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42개 부분을 고쳤다.

또 경제부처 및 경제연구소와 함께 경제관련 부교재를 만들어 전국에 배포했다.

선생님 경제교육에도 나서고 있다.

시장경제를 편향되게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만큼 계속 살피겠다.


<> 김일섭 이화여대 경영부총장 =IMD 설문에서 대학 경쟁력이 60국 가운데 59위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혁명이 필요한데 개혁 속도가 너무 늦다.

경제자유구역법에 대해 전면 규제를 철폐하든지 해서 어떤 모멘텀(계기)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 대학 구조개혁의 경우 차등 규제하는 것이 상위권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


<> 안 부총리 =대학에 대한 규제 철폐를 차등화하고 싶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대학마다 편차가 매우 큰데 대학 전부를 전체로 관리해서 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무모하다.

하한선을 만들어 지키는 것뿐만이 아니고 차등화해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겠다.


<> 김종욱 우리금융 부회장 =고등학교 과정에서 1학년까지만 국사 교육이 의무로 돼 있다.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고자 하는 마당인데 국사 교육을 강화할 계획은.


<> 안 부총리 =제7차 교육과정에 들어와 국사가 고 2∼3년때는 선택과목이 됐다.

그러나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국민기본공통교육과정 10년간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


<> 김중수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교육관련 위원회를 가보면 90% 이상이 교수, 교육학 박사, 학교 설립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즉 교육이 주로 공급자 위주로 만들어지고 있다.

모든 위원회에 절반은 수요자가 들어가야 한다.

또 학교에선 국사 세계사 지리를 배운 교사들이 경제를 가르친다.

이러다보니 학생 25%만 사회탐구과목 11개 중에서 경제 과목을 선택하는게 현실이다.


<> 안 부총리 =교육개혁과 관련된 위원회는 수요자가 중심이 되는 모임이어야 한다.

그런 쪽으로 변화를 가속화하겠다.

교육부도 개방직 공모직 등을 통해서 폭이 넓어지고 있다.


<> 문정숙 숙명여대 교수 =규제 혁파는 필요하다.

그러나 대학 행정 시스템이나 대학 지배구조에 대한 것은 약간의 규제가 필요하다.

대학의 틀을 살펴보면 50∼60년대 틀이 아직 이어져오고 있다.

효율성 강화나 대학 운영의 민주화 등을 위해 이런 논의도 있어야 한다.

또 대학 구조조정에서 영리법인이 부실 학교를 인수해 운영하는 방안도 필요하지 않은가.


<> 안 부총리 =규제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대학의 지배구조는 자율에 맞기고 있다.

영리법인이 학교를 세울 수 있는 것은 미국이 시작했고 뉴질랜드 호주, 일본이 문을 열었지만 미국도 전체 대학의 7% 정도에 불과하고 유명 학교는 대부분 비영리법인이다.

아직은 교육은 비영리법인이 하는 것이 추세다.


정리=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