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를 짓눌러온 급격한 금리인상(연방기금금리 0.5%포인트 인상) 우려가 진정됐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15일 다섯번째 연임 지명에 대한 미 상원 은행위원회의 인준청문회에 출석, "앞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각하게 우려될 사항은 아닐 것 같다는게 일반적인 생각"이라며 "금리인상은 점진적(measured) 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 부동산시장 붕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의 이날 발언으로 최근 월가를 강타한 '공격적 금리 인상' 가능성은 일단 꺾였으며, 이달 말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 금리의 0.25%포인트 인상이 유력해졌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소비자물가와 기업 노동비용이 꾸준한 상승세에 있기 때문에 큰 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인플레 압력 크지 않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미국 경제가 고용이 늘어나는 등 탄탄한 회복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하고, 인플레도 완만한 상승세여서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그의 증언 직후 나온 지난 5월 중 소비자물가(식품과 에너지 제외)는 0.2%의 완만한 상승에 그쳤다. 이는 전달의 0.3%보다 상승세가 둔화된 것으로 전문가들의 예상치와도 부합되는 수준이다. 그는 경제동향과 관련해선 퍼팅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홀에 공을 잘 붙인 '기브 미 퍼트(give me putt)'라는 골프 용어를 써 가며 "그 정도는 아니지만 제 궤도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월가의 전문가들은 연방기금금리가 이달 말부터 연말까지 다섯 차례 열리는 FOMC에서 0.2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인상돼 연말에는 연 2.2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금리는 1946년이래 최저 수준인 연 1%다. ◆ 금리인상 행보 좌우할 두 가지 변수 =그린스펀 의장은 "우리의 견해가 합리적인지 따져보기 위해 정기적으로 경제통계를 조사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경제동향이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이 잘못된 것으로 나타나면 정책을 바꾸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언제든 공격적 금리인상으로 돌아설 여지를 남긴 것이다. 전문가들은 FRB의 금리 행보와 관련, 산업생산 동향과 기업의 노동비용 두 가지 변수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 5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6년만의 최대수준인 1.1%에 달하고 공장가동률도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77.8%를 기록, 인플레 압력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다. 또 기업 원가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노동비용'의 상승률은 그린스펀 의장도 주시하는 부분이다. 그는 이날 "임금인상이 다소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둔화됨으로써 노동비용이 오르기 시작했다"고 전제하고 "다만 상승률은 아직 완만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노동비용이 빠르게 상승할 경우 큰 폭의 금리인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인플레가 어떻게 진행되든지 이달 말 아예 0.5%포인트의 큰 폭 인상을 단행하는 것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길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