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제17대 국회 개원식 연설이 당초 예고됐던 시간에서 앞당겨진 12일 새벽 4시4분(현지시각)부터 26분 동안 미국 공공 케이블방송인 시-스팬(C-SPAN)2 채널을 통해 녹화 방송됐다. 노 대통령의 연설은 시-스팬 3채널을 통해서도 황금시간대인 14일 오후 9시22분부터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확인 결과 방송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백환기 주미대사관 입법관은 "오늘 오후 시-스팬 관계자와 전화통화에서도 방송 예정을 확인했고, 오후 프로그램 편성표에도 그렇게 예정돼 있었으나 다른 프로그램이 갑자기 편성된 것 같다"며 경위를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입법관은 "12일 방송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확인했다"며 "14일 방송은 시-스팬측에서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에 재방송하려 했던 셈인데, 다른 프로그램때문에 계획이 바뀐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 케이블방송사들의 기금으로 운용되는 시-스팬은 미 의회 중계권을 독점, 채널 1에선 하원, 채널 2에선 상원 회의를 중계하며, 채널 3에선 최근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국장 중계 등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 등 주요 공공행사를 중계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개원연설 녹화방송은 지난달 21일 강용식(康容植) 국회 사무총장과 수전 스웨인 시-스팬 부사장이 서명한 국회방송과 시-스팬 간의 프로그램 교환 협정에 따른 것이다. 백 입법관은 "시-스팬에서 외국 대통령의 연설을 녹화 방송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앞으로 이같은 프로그램 교환이 활성화되면, 미국시청자들이 미국 방송사들에 의해 편집된 한국이 아닌, 본래 그대로 한국을 접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방송사들이 화염병 시위 같은 부정적 장면 위주로 한국을 소개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치ㆍ사회의 긍정적 면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측은 시범적으로 향후 6개월 간 90분짜리 녹화 프로그램 2개씩을 교환키로 했으며, 계속 계약을 경신해나가면서 프로그램 교류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백 입법관은 "한국의 실상을 미국에 원자료로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 의회의 발전된 회의ㆍ토론 문화와 주요 공공행사를 한국 시청자와 정치인들에게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한국 정치발전에 기여하는 면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지난 1월 첫 제안 때만 해도 시-스팬측은 25년의 역사를 통해 풍부한 콘텐츠를 가진 반면 한국 국회방송은 이제 갓 출범했기 때문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실제로 100여개국에서 교환 협정을 제안했으나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