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원칙, 즉 동등한 존중과 배려로 동물을 대하라는 요구는 인간의 '상응한 관심'과 동등한 비중으로 그들의 관심을 대하라는 요구일 뿐이다" 「동물의 역습」(마크 롤랜즈 지음)은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과 동물의 권리를 도덕철학의 관점에서 살핀 책이다. 저자는 존 롤스의 「정의론」에 나오는 '평등의 원칙'과 '차등의 원칙'을 원용해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인정하지만 부당한 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우연히 속하게 된 인간 집단의 권리와 견해만 옹호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는말이다. 책은 인간이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동물을 부당하고 강압적으로 취급하는 사례들을 '동물의 처지'와 '인간의 처지'에서 검토한다. "꼭대기에서 한 일꾼이 당신의 머리에 전기충격기를 대어 당신을 기절시킨다. 밑으로 떨어지면 다른 사람이 당신을 잡아 쇠 족쇄에 뒷다리를 끼운다. 그러면 컨베이어벨트가 움직이면서 거꾸로 매달리게 된다" 저자는 도살장의 살 풍경을 보여 주면서 "음식으로 쓰이기 위해 사육되고 도살되는 제도를 선택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한다. 경제적 고려 자체가 도덕적 규율이나 제도에 정당성을 제공할 수 없다는 논리. 동물들을 제한된 공간에 가두거나 생체실험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동물원이나 실험실은 유희, 교육, 연구, 군사 등 인간의 절실하지도 않는 관심을 위해 자율성이라는 동물의 절실한 관심을 짓밟는 공간인 셈이다. 저자는 또 "애완동물을 입양한다는 행위는 그 동물의 욕구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약속"이라며 기초적인 육체적ㆍ심리적 욕구를 돌보는 일과 야생상태에서 누리는 수준 이상의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을 인간의 기본적인 의무로 규정한다. 책은 이어 동물사육, 사냥, 동물권리운동, 채식주의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바람직한 관계를 탐색했다. "동물을 사람처럼 대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정당한 권리를 되돌려 줄 뿐이다" 달팽이 刊. 윤영삼 옮김. 392쪽. 1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함보현 기자 hanarmd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