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21일 회동했다. 신 의장이 지난 17일 정동영(鄭東泳)당시 의장의 사퇴에 따라 의장직을 승계한 뒤 나흘만이다. 물론 두 사람은 지난 18일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에서 거행된 5.18 민주화운동기념식에 참석하면서 조우했지만 분위기는 어색하기만 했었다. 그러나 신 의장이 취임인사차 한나라당의 여의도 천막당사를 방문하는 형식으로이뤄진 회동에서 두 사람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앞다퉈 약속했다. 특히 신 의장은 시종 박 대표를 치켜세우면서 회동 분위기를 이끌어, 지난 총선과정에서 신 의장의 박 대표에 대한 공격으로 두 사람간에 감정의 앙금이 남아있을것이란 일각의 관측을 무색케 했다. 신 의장은 "천막당사에 꼭 한번 와보고 싶었다"고 운을 뗀 뒤 "박 대표와 저는동갑내기다. 학번도 같다"며 두 사람간의 공통점을 놓고 한동안 말을 이었다. 특히 그는 "저의 선친과 박 대통령은 친구사이다. 대구사범학교 동기동창이다"라고 선친간의 인연을 공개했다. 그는 "광복이후 박 전 대통령은 군문에 들었고, 저의 아버님은 경찰이 됐다"며"전쟁때 같이 싸웠고 박 전대통령이 강원도 춘천에서 사단장을 할 때 아버님도 거기서 근무했다. 두분이 친구 사이로 얘기도 많이 나눈 것으로 안다"고 소개했다. 또 "저의 어머니가 육영수 여사가 인상좋다, 겸손하시다고 했다"며 "또 하나 비화를 말씀드리면 박 대통령과 육 여사가 결혼하실 때 제 아버님이 청첩인이어서 청첩장에도 이름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예상밖의 비화 소개에 웃음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이면서 관심있게경청했다. 이어 박 대표는 "여당이 되고 1당이 되셨다. 경제.안보문제 산적해 있다"며 "국민이 짜증나지 않고 신뢰의 눈으로 여야를 바라볼 수 있고, 희망을 줄 수 있는 17대국회를 만들기 위해 멋있게 힘을 합쳐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에 신 의장은 "잘 알겠다. 명심하겠다. 여당으로서 무한책임을 알고 있다"며"수를 믿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운영이 잘 안된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기에 한나라당의 의사를 물어가며 신중하게 하겠다. 개혁이란게 별게 아니고 시스템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지난 3일 박 대표와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합의한 3원칙5대과제 가운데 지역주의 극복이 중요하다"며 "선거제도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득표율은 그렇지 않은데 의석에서는 한나라당이 손해본 것 아니냐"라고 선거구제 재검토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제도에 앞서서 지도자들이 마음에서부터 지역주의 극복을 해야 한다, 지역을 정치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으면 자연히 극복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가 풍겼다. 특히 신 의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박 대표가 새로운 정치를 얘기하는 것을보면서 감명을 받았다"며 "대화는 계속 있어야 한다. 원하면 대통령과의 회동도 주선할 수 있다"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박 대표간의 회동주선 용의도 밝혔다. 그러나 박 대표는 "대통령이 복귀하신지 얼마 안됐고, 밀린 일이 많다. 경제와안보 등 국민이 불안해 하는 것이 많으므로 잘 풀어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즉답은안했지만 노 대통령과의 회동 가능성은 열어놓은 셈이다. 두 사람은 지난 3일의 여야 대표 협약의 준수의지도 재차 다졌다. 신 의장은 "합의문은 마그나카르타 같은 여야 헌장"이라며 "두 분이 사인했으니 구속력도 있다. 17대 국회 지침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표는 "성공해야 할 것이다. 위반시 벌칙보다 무서운 것은 여야가 신뢰를 잃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동은 15분 가량 진행됐다. 열린우리당 김부겸(金富謙) 의장 비서실장은 지난해 7월 탈당한 이후 10개월만에 신 의장을 수행해 친정인 한나라당사를 찾았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김중배기자 choinal@yonhapnews jb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