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선진 경영기법과 경영철학을 확산시키기 위해 기업 CEO의 캠퍼스 특강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에는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51)이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강의한 '변화 혁신과 비전 경영'을 싣는다. 업계 자산순위 1,2위를 다퉜던 교보생명은 신 회장이 취임한 2000년 경영의 패러다임을 '양'에서 '질'로 전환, 5만5천명이었던 보험설계사를 2만명으로 줄였다. 그 결과 업계 3위로 밀려나면서 매출은 3분의 1 가량 줄었으나 이익은 1999년 5백2억원에서 2002년 3천5백66억원, 지난해 2천5백억원(예상)으로 오히려 늘었다. 신 회장은 "변화 혁신을 위해선 현실적인 비전을 세우고 단계적으로 실천하라"고 말한다. 다음은 특강 요지. ◆ 변화해야 살아남는다. 기업은 유기체다. 따라서 환경변화에 적응해야 살아남는다. 국내 보험시장은 90년대 이후 삼성과 대한생명 같은 토종 기업과 프루덴셜, ING, 메트라이프 같은 다국적 기업이 격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보생명은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 혁신은 제대로 못하면 오히려 혼란만 초래한다. 환자가 문제가 있다고 환부를 모두 도려내면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죽는다. 환자가 죽으면 수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 비전이 없으면 '비전'이 없다. 따라서 변화 혁신에는 비전이 동반돼야 한다. 리더는 조직을 '어디로'인가 리드해 가는 사람인데 '어디로'가 바로 비전이다. 비전은 구체적이고 분명해야 하며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안경이 뿌옇고 흐리게 보인다면 다트를 맞출 수 없다. 비전의 실천 계획은 가까운 미래부터 거꾸로 되짚으면서 짠다. 즉 2010년에 장군이 되겠다면 2007년엔 대령, 2005년엔 소령은 돼야 한다. 보험설계사 팀장 중에 "2010년에 회장이 되겠다"는 비전을 말하는 분이 있다. 그렇다면 2007년 임원, 2005년에 부장은 돼야 한다고 지적하면 자신의 비전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 회장 위에 '비전' 있다. 비전은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 공유해야 한다. 개혁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대통령이든 CEO든 무조건 '나를 따르라'고 하면 되겠는가. 이럴 수 있는 사람은 예수와 석가모니 정도다. 교보생명은 당초 기획파트 몇 사람이 비전을 만들었다. 이를 최근 전 사원이 참여해 다시 만들었다. 교보의 비전은 2010년 동북아 타깃시장에서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브랜드 선호도 1위)가 되는 것이다. 세계 1위가 되면 좋지만 가능성이 적다면 비전이 아니다. 너무 쉬워서도 안된다. 동북아에는 일본, 중국이 있고 중국에는 내로라 하는 세계적인 보험사가 다 들어와 있다. 비전이 정해지면 모든 것을 거기에 맞춘다. 그에 맞는 사람을 뽑아 교육시키고 이념체계를 정비하고 모든 경영전략에 이를 녹여 넣도록 해야 한다. 교보에서 비전은 회장보다 높은 왕회장(Big Boss)이다. 변화 혁신에는 방법이 있고 단계가 있다. 변화관리 8단계가 있는데 먼저 위기를 인식하고 변화 구심체를 만든 뒤 비전을 개발한다. 이를 사원에게 전파하고 이에 따르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후속 변화를 창출하며 마지막으로 이를 기업 문화로 만든다. 정리=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 [ 신창재 회장은 누구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51)은 교보생명 창업자인 고 신용호 회장의 장남이다. 경기고,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지난 87년부터 10년간 서울대 의대 교수(산부인과)로 일하다 96년 교보생명으로 옮겼다. 인생의 중반에 접어들면서 더 큰 일에 도전하고자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2000년 회장으로 취임한 뒤 그는 생명보험업계에 '질 경영' 바람을 몰고왔다. 신 회장은 "의사와 보험회사 CEO는 묘하게 비슷했다"며 "의사가 환자의 질병 원인을 분석하고 적절한 처방을 해야 하듯이 기업 경영도 꼭 그렇다"고 설명한다. "여자(임산부ㆍ보험 설계사)없이는 못 사는 남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는 올 3월 한국전문경영인학회로부터 대기업 부문 '한국CEO 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