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들은 30일 이른바 '차이나 쇼크'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진단을 내리고 금융시장의 불안은 곧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경제의 긴축이 이미 충분히 예견됐던 데다 중국의 경기 속도 조절은 경착륙을 연착륙으로 유도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한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의 내수 위축은 한국의 수출 감소와 전반적인 경기 하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내외 경제 상황을 지켜보며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이에 따라 이날 오후 재정경제부 주도로 경제동향 점검회의를 열고 중국발 쇼크의 분석과 처방에 나서는 등 발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김대유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그동안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과열과 이에 따른 급격한 거품 붕괴를 우려해 왔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성장률을조정하며 경기 연착륙을 시도하고 나선다면 세계 경제나 우리 경제를 위해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중국이 긴축에 나설 경우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고 있지만 이는 과잉 반응이므로 곧 진정될 것이다. 중국이 9% 이상의 고성장을 하는 것보다는 7∼8%의 견조하게 성장하는 게 우리 경제에는 중.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률 조절이 급격한 경기 하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하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할 경우 제때에 대응할 수 있는 태세는 갖춰야 할 것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중국이 과도한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성장속도를 줄이겠다는 정책 변화는 주변 국가들의 입장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나라는 중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큰 충격이 예상된다. 그리고 수출에 의존하는 경기 회복 노력에도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따라 외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내수를 진작시킬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금리나 환율 등의 가격 변수는 헤징 등을 통해위험 요소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고 중국의 긴축 정책 전환도 중기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박사= 중국발 쇼크 이후에 나타난 외국인 매도세는 환율 차이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주가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기관투자가들은 목표 수익률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팔기 때문에 `차이나 쇼크'로 보기보다는 당연한 상황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강하게 발언했기 때문에 시장이 반응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이는 이미 예견돼 온 사안으로 시장에서도 충격을 흡수할 준비는 돼 있었던 것으로 본다. 금융시장의 혼란은 다음주 쯤이면 진정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정책적인 시장 안정 조치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으므로 시장에서 자동적으로 해결되도록 놓아 두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상무= 중국 경제의 과열 경보는 이미 작년부터 나왔던 것이다. 과열을 식히겠다는 것으로 갑작스러운 경기 후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만큼 과민 반응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증시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나 그럴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중국이 `붐앤 버스트'를 회피하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중국 경제 때문에 파생된 원자재난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중국의 내수 위축에 따라 우리 수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를 경고 신호로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 특히 내수를 촉진시켜 경기 회복세를지속해야 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국의 2.4분기 성장률이 11%대에 달했으나 비교 시점인 지난해 2.4분기에는 사스로 인해 경제가 매우 나빴던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하다. 물가상승률도 2% 정도이고 실업률도 오르고 있다. 우리 나라의 고성장 시기를 감안하면 중국의 인플레이션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결국 긴축 시기가 늦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미리 연착륙을 시도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도 하반기에는 수출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해 왔으나 새삼 이 문제가 부각되면서 금융시장이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수출의 성장 기여도도 떨어질 것이다. 이제 내수가 회복돼야 한다. 중국에 이어 미국의 성장도 둔화되고 있어 수출 의존적인 한국으로선 악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투자활성화에 나서야 한다. 올 2.4분기가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다. 소비나 투자심리가 안정되면 하반기에는 성장 기여도가 높아질 것이다. ▲대신증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 중국 경제의 급격한 팽창과 이로 인한 긴축정책에 대한 우려로 발생한 국내 금융시장의 동요는 길게 가면 3.4분기까지 여파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홍콩을 포함한 중국 수출 비중이 지난 99년 15.8%에서 올 3월에는 27.5%까지 확대됐다.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중국이 긴축 정책을 쓴다면 수출 둔화로 경기가 부분적으로 위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는 긍정적인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다. 중국정부가 긴축 정책을 펴 경기가 다소 위축되면 하반기 이후에는 적절한 부양책을 써서 경기의 상승 흐름을 다시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소비 중심의 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다. 농촌의 인구가 도시로 몰려들면서 소비와 함께 투자가 활성화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기 때문이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결론적으로 중국 총리 발언 이후 나타나고 있는 국내 증시 및 금융권의 반응은 일단 필요 이상의 '과민'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중국 정부가 긴축 정책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고 중국 정부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 하반기에 그 긴축의 실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 전문가도 많았다. 그럼에도 우리 증시 등이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은 현재의 주가 수준이 매우 높아 특히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차익매물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는 시점에 이런 뉴스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주가 조정과 외국인 매도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그러나 중국쇼크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다음주 중반께면 이미 이미 시장에서 잊혀지기 시작할 것이다. 외국인들의 매도세도 차익매물 출회로 지수가 조정을 충분히받으면 강도가 점차 줄고 안정될 것으로 본다. 중국 요인만으로 전망치 등을 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재경.증권.금융팀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