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일 밤 자이툰부대 주둔 후보지로 아르빌과 술라이마니야를 통보해옴에 따라 정부가 이들 2곳에 대한 검토 작업에 착수해 결과가 주목된다. 이라크에 정통한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은 현재로선 이들 지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양자택일'하기 쉽지 않다면서 정확한 현지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도후크와 함께 쿠르드족 자치구역에 속한 이들 2개 지역은 미군이 한국군 주둔조건으로 내세운 "독립적인 지역을 맡아, 평화재건활동에 주력할 수 있는, 넓은 지역"이라는 요건을 충족시켜 그동안 후보지로 거론됐다. 종족간 갈등이 심해 종족분쟁 '화약고'로 불리는 키르쿠크에 비해 쿠르드족 자치구역인 이들 후보지는 한국군 파병 장병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감안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쿠르드족 지역은 이라크전으로 피해가 난 곳에 군대를 보내 평화재건을 돕겠다는 파병 취지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곳이어서 대국민 약속을 스스로 파기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부담도 지적되고 있다. 후세인 정권의 가혹한 탄압을 받아온 쿠르드족 지역 주민들은 친미 성향이 강하고, 지난해 전쟁때 미군이 키르쿠크에 무혈 입성하는 데 기여한 페쉬메르가로 불리는 쿠르드족 민병대가 자치지역의 치안을 장악하고 있다. 미군 이라크 전쟁이 끝난후 다른 지역에서는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저항세력 소탕작전에 들어간 반면 이들 지역에는 치안유지를 위한 최소 수준인 대대병력을 배치해온 점도 이를 반증한다. 현재 이들 지역에는 각각 1∼2개 중대가 빠지고, 민사 중대와 본부대대로만 구성된 마이너스 대대 규모의 미군 부대가 주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천600여명 규모의 한국군이 배치될 경우 치안 문제는 신경쓰지 않고 현지인들이 한국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건설재건 임무에만 치중할 것이기 때문에 주둔지결정은 결국 '재건수요'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아르빌과 술라이마니야 모두 외관상 평온한 상태이기 때문에 치안은 문제될 게 없다"면서 "(낙후된 시설이 많아 2곳 모두) 손댈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 지역은 걸프전 이후 미.영 연합군의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돼 중앙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종족분쟁 없이 독립국가에 버금가는 자치를 누려왔고, 전쟁 피해가 전무한 상태다. 인구 121만명에 거주하는 아르빌주는 해발 414m이상 고산지대로 주민들이 농업과 직물업, 석유산업에 종사하는 농산물 교역 중심지다. 면적은 경기도 보다 큰 1만4천471㎢ 정도. 이라크에서 4번째로 큰 아르빌시는 인구 86만명이 살고 있고, 쿠르드 민주당(KDP)이 활동 중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인근 모술과 키르쿠크에의 접근성이 용이하고 주도(州都)인 아르빌시에는 공항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국도를 통해 이란과 국경까지 연결되는 등 교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아르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것으로 평가받는 술라이마니야는 인구 150만명으로 대부분 지역이 해발 2천m 이상인 고산지대며, 면적은 아르빌보다 큰 1만6천23㎢. 주민들은 대부분 담배와 과일, 가축 등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인구 66만의 주도 술라이마니야시에는 미국을 지지하는 세력인 쿠르드애국동맹(PUK)의 거점지역으로 농산물 교역 중심지이고 이라크 주요 관광지의 하나로 손꼽힌다. 96년 9월 KDP가 쿠르드족 민족주의 중심지인 이 지역을 점령했으나 PUK가 한달뒤 무력으로 지역을 장악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이라크 사정에 밝은 한 한국인 소식통은 "대체 파병지는 당장에 수면으로 드러난 문제들 뿐만 아니라 장래에 닥칠 수 있는 잠복한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해야 키르쿠크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