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기업유치' 발벗고 뛴다] (2) '경북…외국기업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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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도지사이기 이전에 도레이사의 사원이 되겠습니다."
지난해 3월 이의근 경북도지사는 일본 도쿄 도레이 본사를 찾아 사카키바라 도레이 사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화학소재기업인 도레이사가 IT신소재 생산 공장을 한국, 중국, 대만 중에 설립할 계획이란 정보를 입수하고 직접 나선 일본 출장이었다.
구미4공단 외국인 전용단지에 도레이의 새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이 지사는 "도레이사의 사원이 됐다는 각오로 최고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테니 구미에 투자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깜짝 놀란 사카키바라 사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중하게 허리를 굽혔다.
"그렇다면 도레이사의 명예사원이 돼 달라"는 것이었다.
"도레이사는 IT 신소재를 중심으로 기업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경상북도 구미도 IT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갖고 있었죠. 도레이와 구미가 힘을 합치면 최고의 IT산업단지가 조성될 수 있고 이는 회사와 지자체의 윈윈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습니다."(이의근 경북도지사)
방일 후 5개월이 흐른 지난해 8월26일, 이 지사는 사카키바라 사장의 답방을 받았다.
은쟁반으로 된 명예사원 위촉패를 들고 경북도청을 찾은 사카키바라 사장은 "3억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세우겠다"는 희소식도 전해왔다.
결국 도레이사와 경상북도는 지난달 5일 당초보다 1억달러가 증가한 4억달러의 투자협정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지사의 도레이 투자유치 성공 스토리는 외자유치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릴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과거처럼 도지사라고 목에 힘만 주고 다니던 시절은 지났다는 얘기이다.
영업사원이 돼 '지역 판매'에 적극 나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민간기업의 경영기법까지 적극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경상북도의 기업유치를 전담하는 투자유치단 사무실 벽에는 마치 기업 영업부서에 온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구호들이 내걸려 있다.
'발로뛰는 투자유치 달성하자 5억불' '꿈을 현실로 투자유치 1조원' 이곳 게시판에는 투자유치 대상 기업 방문 일정과 현황 참고사항 등이 암호처럼 빼곡히 적혀 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삼성전자의 현직 부장을 영입해 투자유치단장으로 임명했다.
유치단 발족 후 1개월 만에 투자유치단장이 실ㆍ국장 회의에 참석해 투자유치에 필요한 사항을 최우선적으로 각 실ㆍ국으로 부터 협조받을 수 있도록 했다.
투자유치 조직도 크게 확대된다.
다음달 중 투자유치과를 신설하고 인원을 2배로 늘린다.
예산지원은 지난해 2억원에서 올해는 15억원으로 늘렸다.
이같은 활동은 즉각 성과로 이어져 경북도가 현재 투자유치를 위해 협상중인 기업은 일본의 A사, 유럽의 Z사, 미국의 D사 등 7∼8개사에 이르고 있다.
이들이 속한 업종은 디스플레이 자동차 에너지 등 차세대 첨단산업에 관계된 업체들이다.
대구=신경원ㆍ유창재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