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입'으로,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발'로,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침묵'으로. 요즘 경제관료들 사이에선 핵심 경제장관들의 일하는 스타일이 완전히 딴판이어서 화제다. 이들 장관은 대통령 탄핵사태가 발생한 이후 경제불안을 진정시키는 과정에서도 각자의 '주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 '말'로 - 李부총리, 시장불안 잠재워 > 이헌재 부총리는 지난 12일 탄핵안 가결이후 연일 "경제는 내가 책임진다"는 구두 메시지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데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해외 투자자들과 주요 언론에서는 '이헌재 효과가 한국 경제를 단기 충격에서 구해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공직과 시장을 오간 다채로운 경력과 특유의 시장감각에 대한 평판까지 더해져 외환위기 직후 금감위원장 시절처럼 '행동'에 옮기지 않고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는 것. 그는 지난달 11일 경제부총리 취임 일성으로 "한국 경제는 기업가 정신을 필요로 한다"는 말로 기업인들의 불안 심리를 덜어주기도 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 부총리는 시장에 미칠 여파까지 감안한 고도의 계산된 발언으로 구두 메시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발'로 - 李산자, 릴레이 간담회ㆍ회의 > 이희범 산자부 장관은 카자흐스탄ㆍ독일 출장중 탄핵 소식을 접하고 지난 14일 조기 귀국했다. 이후 일정표는 온통 업계와의 간담회로 꽉 차 있다. 15일 국제유가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시작으로 16일 무역현안점검회의, 원자재 동향점검회의, 자동차업계 간담회 등 세 건을 소화했다. 17일에도 중소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와 에너지수급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18일에는 외국인투자기업 CEO 간담회에 이어 조선업계(19일) 및 중소무역업계(22일)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일주일새 간담회만 무려 9건을 치르는 셈이다. 그의 스타일은 한마디로 '얼굴의 정책'.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고충을 들어주는 '맏형' 스타일로 이번 위기상황을 돌파하는데 일익을 담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조용히' - 이정재式 대처 효과 발휘 > 이정재 금감위원장은 정반대 스타일이다. 지난해 4월과 11월 두 차례의 신용카드위기때나, 생명보험회사 상장을 둘러싼 업계와 시민단체간 대립 상황에서 표면상 뒤로 물러나 있었다. 이번 탄핵정국에서도 마찬가지다. 17일 고려대 조찬강연회에는 부원장을 대참시키는 등 대외 행보도 극도로 절제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오리발 행정'(수면위에선 평화롭지만 밑에선 숨가쁘게 발을 젓는다는 의미)이 지론인 그의 스타일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는 평가가 더 많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카드사태 수습이나 최근의 시장 안정에 이같은 '이정재식 침묵'이 효과를 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용준ㆍ이정호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