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1:08
수정2006.04.02 01:10
인간중심의 친환경건설은 21세기 세계건설시장의 화두(話頭)다.
국내 건설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선진국은 이미 지난 80년대부터 정부가 앞장서 발빠르게 대응,친환경 개념을 대형 사회간접자본(SOC)시설과 신도시 개발 등에 적용하며 새로운 건설구조물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상.하수처리시설과 도로 댐 공항 등에 부분적으로 친환경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건설 관련 제도가 전무한 데다 토목.건축공사에 적용되는 사례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건설과 친환경의 부조화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2백64㎢의 농경지와 산지가 도시개발 용도로 전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자연훼손이 이뤄지고 있다.
골재는 1억5천9백만t이 채취되고 건설폐기물도 연간 1천7백40만t이 발생한다.
실제로 고속도로·국도 등의 건설 과정에서 매년 8만5천70㎞의 녹지축이 끊기고 있다.
심지어 백두대간에서까지 28개소의 도로와 80개의 임업도로가 생기면서 생태계 단절이 초래됐다.
이 때문에 아직도 도로 교량 등 토목공사 현장에서는 환경단체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또 주택건설 현장의 70% 이상이 소음 진동 비산먼지 등의 발생으로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엔 건축 폐기물 처리 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술개발 투자 늘려야
지난 89년부터 올 3월까지 건설교통부가 인정한 4백6건의 신기술 가운데 친환경건설기술로 분류된 것은 94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부분이 환경 관련 기술적 접근이 수월한 환경오염방지기술에 집중돼 있다.
인간중심의 친환경경영과 사업관리기술,자연환경보전·복원기술,자원·에너지절약 기술,쾌적한 환경기술 등 친환경과 관련된 핵심기술의 개발은 극히 부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같은 친환경 기술 개발의 낙후성은 업계의 투자소홀에 기인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백29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은 환경투자비용의 대부분을 먼지 소음 진동 등의 기초 공해방지시설에 사용하고 있다.
친환경건설을 위한 공정개선과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는 전체 투자액의 5% 정도에 불과하다.
◆시스템 구축부터 해야
지난 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UNDP)에서 지속가능한 개발(ESSD)을 선언하고 '아젠다21'을 채택하면서 세계 각국은 경제개발과 환경보전을 조화시킨다는 '환경친화적 건설'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영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지난 90년대 초부터 건설산업을 환경친화적 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들 국가는 건설산업재인식 운동(영국),건설선진화정책(미국),건설산업환경 행동비전(일본) 등의 정책에 '환경친화적 건설시스템' 구축계획을 반영시킨 뒤 실행에 옮기고 있다.
우리나라도 건설교통부가 지난 2001년 11월 친환경 건설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 '건설환경기본계획'을 마련,친환경건설을 선언했다.
하지만 분야별 시행세칙이 체계화되지 않아 추상적 개념설정에 그치고 있다.
건설환경 분야를 종합한 '건설환경관리법' 등의 신속한 제정이 아쉬운 시점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수석연구원은 "더 늦기전에 선진국의 시스템을 참고로 건축·토목분야 전체에 대한 친환경건설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